산고컸던 「김수영 문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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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학상의 수상자결정은 때론 심한 진통을 겪는다. 우리나라의 문학상이 많은 경우 「이번에는 이사람이 받아야한다」는 식으로 작품보다는 인물중심이거나 인맥에 의해 좌우되기도 해왔다. 그러나 그 상의 성격을 확실히 하려는 제정자측과 심사위원들의 의사가 확고하고 심사위원회의 구성을 여러가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성격으로 할때 이견의 대두와 산고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했다.
「세계의 문학」지가 제정한 제2회「김수영문학상」은 최근에있었던 이러한 산고의 한예가 될것같다. 이성복씨(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라는 제목의 시집에 주어진 이상은 김병익 김우창 염무웅 유종호 황동규씨등 5명의 심사위원들이 격렬한 토론을 거친뒤 대상자결정투표를 하여 김병익 유종호 황동규씨가 이씨수상에 찬성, 김우창 황무웅씨가 반대하였다. 이들은 심사평에서 그이유를 분명히 밝혔고 「세계의 문학」 겨울호는 그내용을 실었다.
힘든 심사는 김수영문학의 정신이 어떤 것이며 이씨의 작품이 그에 합당한 것인가에 연유된것같다. 김수영문학이 『마침내 도달한 세계는 한마디로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치열한 의식이었는데 이씨의 세계는 병든 시대의 허물어진 삶을 예리하게 기록하긴 했지만 주관적 개인적 시선에 폐쇄되어있다』는 것이 염무웅씨의 반대의견이었다.
김우창씨는 말에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며 그런만큼 보다 공적인 개방성을 지닌 시를 원했다고 반대이유를 밝혔다.
이에대해 김병익씨는 이씨의 시가 썩어가는 세계에 대한 근원적관찰,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치열한 싸움, 그 결과로 얻게되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참신한 감수성, 독창적 아이러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김수영의 시가 지녔던 진실을 이씨의 시도 지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이점은 유종호씨가 『이번 수상자는 김수영의 이모저모중 어느 한모서리를 진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과 연결된다. 유씨는 김수영의 협착하지 않은 다면성을 이번 심사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말하고 있다. 황동규씨는 이씨의 시가 무차별에 가까운 우상파괴로서 당혹감을 주지만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 마당을 넓혀갈것이 기대되기 때문에 수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시인의 이름으로 문학상이 제정되었을때 그 시인의 삶과 문학이 도달한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그 정신을 오늘에와서 어떻게 계승시켜야 하는지를 확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시인의 진실이다. 진실은 그가 나타낸 여러 겉모습의 안에 있는 핵심이다.
이성복씨는 이상의 수상소감에서 『김수영문학의 요체는 진실에 대한 무구한 열정이었으며 그점에서 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워왔고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 진실이 사회적 공동체적 진실로 한정되고 배타적으로 수용될 때 나는 목을 쬐는둣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생각이 담긴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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