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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2015년 … 한·일 수교 50년보다 패전 70년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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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집권 3년차를 맞는 아베 총리의 대외정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관심을 모으는 건 그 연장선에서 펼쳐질 아베 내각의 대한국 정책이다.

지난 14일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장기 집권 발판을 마련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기자회견에서 손을 들어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일본이 2015년 ‘한·일 수교 50주년’보다는 ‘패전 70주년’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후 체제 청산’ 프로그램이 자칫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지난 2년간 일본은 미·일동맹을 축으로 일본의 전략적 역할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를 추진해왔다”며 “이번 선거 승리로 아베 총리는 더 선명한 보수색을 외교정책에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진정성 있는 과거사 반성을 토대로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일본이 보통국가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중의원 선거 승리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일본 패전일(8월 15일) 담화에 대해 “전쟁에 대한 반성과 전후의 행보, 일본이 이제부터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내년 1월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법안을 정비한 뒤 상반기 중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보통국가화를 위한 헌법 개정도 중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런 만큼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과거를 털어버리려는 일본의 행보가 ‘역사수정주의’의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베 내각은 올 1월 역사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정해 ‘근·현대사를 다룰 때 정부의 견해에 따를 것’을 명시했고, 지난 8월엔 아사히신문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 증언 오보 사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주도에서 위안부 사냥에 나섰다고 한 요시다의 발언을 아사히가 보도한 뒤 나중에 오보라고 인정한 사건) 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있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정권을 연장한 아베 총리가 보수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역사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민당은 영토주권 문제에도 강경한 입장인 만큼 독도 영유권 논란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일 관계 개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 같다. 장기집권의 토대가 마련된 만큼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방북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당장 내년 초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2015년 한·일 관계를 가늠할 잣대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계속된다면 외교장관 회의를 포함해 3국 정상회담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한 만큼 적극성을 보이겠지만, 일본도 근린 국가들과 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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