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다 바꾼다더니 … IC카드 단말기 전환 제자리 맴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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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해킹 위험이 큰 현재의 단말기를 연내 IC(집적회로)칩이 들어간 신형 단말기로 모두 바꾸겠다.”(2014년 4월,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올 초 1억 건이 넘는 카드정보 유출사고가 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대책이었다. 현재 단말기에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는 해킹에 취약한데다 불법 복제도 쉽다. 이를 해킹이나 복제가 어려운 IC칩 카드로 교체하기 위해 가맹점의 단말기를 최신형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가맹점의 IC단말기 전환율은 여전히 연초 수준인 50%대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말기 교체사업이 난관에 부딪친 건 교체비용 때문이었다. 소상공인 등 영세가맹점들이 ‘교체 불가’를 외치고 나선 이유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카드사를 압박해 65만개 가량의 영세중소가맹점을 지원하도록 카드사들이 1000억원을 여신금융협회에 기부하도록 했다. 한데 예상치 못한 새 난제가 생겼다. 국세청이 11월 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억여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비영리법인인 여신금융협회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 부과 대상에 속한다는 이유였다. 논란이 증폭되자 7월부터 IC결제를 시범 실시하겠다던 마트 등 대형가맹점들도 슬그머니 시행을 미뤘다.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겠다던 금융당국의 대책이 용두사미가 된 셈이다.

 단말기 전환 사업이 늦춰지면서 불편과 위험은 소비자 몫이 됐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는 아직도 매일 전국 가맹점 단말기를 통해 수집되고 있다. 은행권이 올 3월 보안 강화를 위해 입출금기에 넣는 현금카드 마그네틱을 모두 없앤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 소비자의 97.9%는 IC칩이 들어간 신용카드로 바꿨다. 그러나 가맹점 단말기가 여전히 구형이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더 큰 불편은 ‘핀테크(Fintech)’ 시장에서 생긴다. 이미 IC카드보다 한발 앞선 스마트폰의 NFC(근거리무선통신)를 활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나 ‘라인페이’ 등 3세대, 4세대 신기술이 선보였다.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를 상용화하자면 구형 단말기를 NFC나 IC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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