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마타하리' 美 재판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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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8년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정보원으로 고용됐던 중국계 미국 여인이 정부(情夫)였던 FBI 요원에게서 빼낸 정보를 중국에 넘긴 '이중 스파이' 혐의로 재판정에 서게 됐다.

로스앤젤레스 연방대배심은 지난달 체포된 카트리나 륭(49.중국명 陳文英.사진)을 8일(현지시간) 기소했다.

륭은 중국 광둥(廣東)성 출신으로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가로 성장했다. FBI는 그와 중국 고위층 인사들의 교분을 이용하기 위해 83년 그를 정보원으로 포섭했다.

륭은 중국을 오가며 중국 정치.산업 관련 고급 정보를 FBI에 제공하고 공작비로 1백70만달러를 받는 등 FBI의 최고급 대(對)중국 정보원이었다.

하지만 륭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에 거꾸로 포섭돼 이중간첩으로 변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륭은 '97년 FBI 기밀 전자통신'등 내부 문서를 내연 관계에 있는 전직 FBI 요원 제임스 스미스(59)로부터 몰래 빼낸 뒤 복사해 보관하는가 하면 FBI 극비 서류 3건을 소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문서들이 중국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USA 투데이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서류들은 미국에 망명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동향과 해외 파견 FBI 요원의 명단 등을 담고 있는 극비문서라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륭이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애인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중국판 마타하리'라 부르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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