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에 국내·국제 따로 있나, 이젠 세계로 눈 돌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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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변호사 업무는 더 이상 국내·국제 분야로 나누기 어려워졌어요. 미래를 고민하는 한국의 젊은 변호사에게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으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데이비드 리브킨(59·사진) 세계변호사협회(IBA) 차기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내년 1월 IBA 회장에 취임하는 그는 서울국제중재센터 강연 등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리브킨 차기 회장은 “앞으로 IBA는 사법 부패 척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만들 것”이라며 “한국이 좋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법절차에 나타나는 부패는 민주주의, 인권과 직결되는 만큼 세계 법조인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IBA는 지난 5월 반부패팀을 꾸린뒤 추상적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 행동 지침 발표를 준비 중이다.

 그는 “법원에서 공정한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사회에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돼 결국 법의 지배를 해친다”고 설명했다. IBA는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변호사 단체 결성을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법 절차에 대한 신뢰 쌓기는 각 나라 법조인의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선진국 사법 시스템도 꾸준한 감시 대상이다. 그는 “IBA는 미국 일부 주의 선출직 판사가 정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미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리브킨 회장은 손꼽히는 국제중재 전문가다. 2011년 현대중공업을 대리해 10조원 규모의 현대오일뱅크 소유권 분쟁을 승소로 이끌었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한국 법조인들이 매우 뛰어나고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경쟁력이 있어) 한국 법률시장 개방은 한국은 물론 세계 법률시장의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1947년 결성된 IBA는 세계 변호사·법률 단체 206개가 참여하는 회원 5만여 명의 국제 조직이다. 유엔·국제형사재판소(ICC) 등에 법률 자문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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