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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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넓디 넓은 들판에 실팍한 배추가 더미더미 쌓인채 트럭에 실리고 있다.
성주읍에서 남쪽으로 16㎞를 더 가면 길 한옆에 「81년도 범죄 없는 마을」이란 입간판이 눈에 띈다.
경주배씨 70여가구가 5백년 동족부락을 이루고있는 대가면 도남동 속침「뒷개부락」.
『마을 생김새가 물위에 배떠나가는 항주형이지요. 한자로는 후포라고 쓰지만 이곳주민들은 「뒷개」라고 부르지요.』
배덕문장군(임진왜란매의 의병장)의 13대손 배재인씨의 설명이다.
이 마을의 입향조는 배덕문장군의 손자 상룡. 이마을엔 덕문장군으로부터 16세손으로 내려와 목자항렬까지 3백여명의 배씨들이 몰려살고있다.
마을 한가운데 입향조 상룡의 도천서원에는 지금도 영각안에 그의 진본 영정을 모셔놓고 있다. 상룡은 이름난 문인. 영정과 함께 그의 아호를 딴 등암문집3권이 보존되어있다.
『배씨들 성품이야 온순하고 착한게 제일이지요. 1년이 가도 지서에 한번 불려가지 않으니까요.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될 정도니까요.』
이 마을 종손 배양호씨(55)는 한동네에 아저씨 대부 사촌들이 몰려사니 서로 의지하는 마음이 커져 자칫 의타심으로 변하기 쉬운게 흠이라면 흠이라고한다.
벼농사와 참깨 참외·수박이 특용작물. 성주수박은 언제나 전국에서 제일먼저 시장에 출하되는 조생종일 뿐만아니라 맛좋고 살이 많고 물많아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가구당 소득도 3백만원 이상.
예부터 글읽기에 열심인게 집집의 가풍이 되어 농촌단위 마을이면서도 교육열은 대도시 못지 않은 곳이다. 70여가구중 대학졸업자만 40여명에 현재 재학중인 학생이 25명이나 된다. 극동건설이사 배신호씨, 노동부감독관 배재완씨, 경북대 감사 배한동씨가 바로 이곳 뒷개부락출신.
마을주민들의 숙원사업은 목판2백50장으로된 등암문집(지방문화재 지정)을 하루빨리 국문으로 풀어 후손들이 손쉽게 익히게 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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