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저술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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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문적인 저술가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소설이나 논픽션등을 써서 책으로 내는일이 최근에 부쩍 성행하고 있다. 다양하고 전문화되는 사회, 또 국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나 조직에서의 경험이 잘 알려져 있지않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글을 쓸수 있도록 하고 또 출판사들도 전문적인 저술가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새로운 사실과 생생한 현장감이 담긴 책이 출판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 이같은 책이 앞으로도 많이 나올 전망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분명히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않던 세계를 펼쳐 주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험이라는 측면이 강조, 과장되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과 함께 흥미위주로 때론 부도덕한 내용까지 담고있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않다.
현재 서점에 나와있는 이런 책중에 꼽을수 있는것은 이시형씨의 『배짱으로 삽시다』, 배충의씨의 『바람과 모래의 밀어』, 김봉진씨의 『비오는 날 공차는 날』, 정순영씨의 『봉사자의 애환』, 오광수씨의 『바람선생』, 박정남씨의 『이라크공화국』, 스튜어디스들이 쓴『스튜디어스가 아니라 스튜어디스입니다』, 강호신씨의 『요거욜시다』 등.
이씨의 『배짱으로 삽시다』는, 정신과 의사인 이씨가 임상의 경험을 통해 한국인이 대인불안·공포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고 체면의 옷을벗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지면 소신있게 살아갈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한때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다.
『비오는날 공치는날』은 건축현장에서 일한 김씨가 건축현장의 부조리를 파헤친 소설. 배충의씨의『바람과 모래의 밀어』, 박정남씨의『이라크공화국』은 해외건설현장에서의 경험, 그들이 본 중동국가의 현황등이 담겨져 있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오광수씨의 『바람선생』은 학원강사의 비리를, 강호신씨의『요거올시다』는 노름꾼의 이야기. 「비리를 고발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운 이책들중에 일부는 그러나 내용과는 관계없는 섹스묘사에 치중하거나 호기심을 충동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려는 저의를 갖고 있는것들도 있다.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사들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세계와 소재를 쓸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의 책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책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흥미위주로 판매만을 추구하는 출판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출판관계의 생각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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