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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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는 84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남 미국의 정치 기상도를 바꿔 놓은 「에드워드·케네디」의 선택이었다. 신문 사정에 비친 그의 표정은 침통하기만 하다.
지난 H11월초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에 26석을 추가하는 역승을 거둔 민주당으로선 84년의 백악관을 넘볼 수도 있었다. 그 동안 민주당내 선두 주자는 물론「케네디」상원의원.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강세였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게된 배경은 발표 된 대로 『세 자녀에 대한 우선적인 뇌임』 때문 만일까 그는 부인 「조앤」여사와 작년 1월부터 별거 상태이며 최근엔 이혼을 결심했다. 벌써 「조앤」여사는 딴 남자와 댄스 파티에 나타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케네디」의 발목을 잡는 2명의 여성은 바로 부인 「조앤」과 여비서 「코페크니」양.
「조앤」이 정신병원에 다니게 되고 알콜 중독자가 된 것은 따뜻한 눈으로 보는 사람은 그 원인을 「케네디가의 이혼」으로 돌린다. 「존·케네디」와 「로버트·케네디」의 연이은 피살, 「조앤」자신의 유산과 아들 「테디」군의 다리 절단. 이 모든 불안이 「조앤」을 남편을 잘 보필할 수 없는 주부로 보이게 했을 것이다.
물론 「케네디」자신에게도 문제는 있다. 바로 여비서 「코페크니」양의 익사사고가 일어난 채파퀴디크호 사건이다.
69년의 어느 여름 날밤 「케네티」는 여비서를 태우고 자동차로 돌아오다 호수에 빠져 그녀는 익사하고 자신은 간신히 살아 나왔다. 문제가 된 것은 「케네디」와 여비서와의 어떤 관계는 접어두고라도 경찰에의 신고를 10시간이나 늦췄다는 사실이다.
리더즈 다이제스트지는 이 같은 의문의 행적으로 「케네디」는 대통령 감이 못되며 「도덕적으로 아주 불성실한 인물」이라고 낙인까지 찍었었다.
「케네디」가 76년 대통령 후보 출마를 사퇴한 것도, 80년의 지명전에서 「카터」에게 패배한 것도 모두 자신의 사생활을 둘러싼 유음 때문이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그는 체중도 줄이고 코에 걸치던 구식 안경도 산뜻한 조종사 안경으로 바꿨다. 미국의 「리버럴 정치인」을 대표하는 그에게 보수세력의 도전은 치열했다. 『어느 가문에도 바람둥이 한 명쯤은 있다』는 광고마저 있었다. 「케네디」진영도 TV 광고를 통해 『그는 석고로 만든 성자가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물론 정치인은 성자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의 수신제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 가정의 불행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고 그를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든다면 비단 그것은 한 가정이나 개인의 불행에서 그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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