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도원 있다 보니 과거 잘못 많이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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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두언

저축은행 금품비리로 구속됐다가 최근 무죄가 확정돼 국회로 돌아온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9일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건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다룬 2012년 7월 11일 이후 881일 만이다. 정 의원은 881일 전 “표적수사에 맞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의원들에게 보여줬다. 그러곤 “ 법정구속이 돼 열 달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저를 믿어준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고 이 자리에 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의왕국립기도원(서울구치소를 미화한 말)에서 많은 책을 봤는데 베스트가 링컨이 쓴 『권력의 조건』”이라며 “라이벌들을 내각으로 끌어들인 뒤 밤마다 찾아가 설득하거나 그 의견을 받아들인 링컨의 훌륭함은 ‘관용과 인내’ 두 마디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인생 전체를 링컨과 비교해 보면 불관용·불인내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제 딴에는 용기를 가지고 할 말을 한다고 했는데 언론을 비롯해 주변은 늘 그런 저를 권력투쟁으로 몰고 갔다. 정말 억울하고 답답했다”며 “하지만 곰곰 반성해 보니 제 언행엔 늘 경멸과 증오가 깔려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 했다.

 정 의원은 “그곳 에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지난날 잘못한 일들이 많이 떠올라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정말 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곤 “살다가 모든 걸 다 빼앗기고 보니 그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며 “국회의원이란 자리도 마찬가지다. 이 귀한 자리를 사랑으로 쓸 수 있도록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의원들은 감동의 박수를 쳤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크게 성공하시기 바란다”고 덕담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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