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중국산은 이제 싸구려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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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닙니다. 한국도 중국산을 한 수 아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차별화할 수 있는 하이테크 제품으로 승부해야 해요.”

 페리 덴 호드(59·사진) 유럽유통협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산이 싸구려에 머물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유통협회는 까르푸 등 유럽 내 유통기업 1200여 개사로 구성됐으며, 매년 ‘노동위험지수(BSCI)’를 발표한다. 노동위험국으로 분류된 나라의 기업이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BSCI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노동위험국 지위를 벗어났다. 중국은 아직 노동위험국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 대한 그의 입장도 다소 엇갈렸다. 호드 회장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위치를 인정하지만 저임금·환경오염 등 문제점은 분명히 짚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서 최근 도입한 BEPI(기업환경보호지수)는 어떤 인증인가.

 “자발적인 환경친화적 기업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에너지·물 등을 아껴쓰고, 탄소 소비를 줄이면 된다. 외부 컨설팅 업체에서 검증을 받기는 하지만, 기업이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그 성과도 스스로 측정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인증과는 다르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협회의 ‘노동위험국’ 리스트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이 많았다. BEPI도 유럽의 발목잡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은 더 이상 노동이나 환경 기준에서 타깃이 아니다.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의 대형 전자기업들은 환경기준이 수준이 상당히 높다. 한국 제품을 사는 글로벌 소비자들도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알면 더 좋아할 것이다.”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는데.

 “우리 협회는 유통업체들의 모임으로서 자유 무역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개선돼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홍콩·싱가포르를 거친 제품을 EU산으로 인정해주고, EU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양국의 교역이 더 커질 것이다. 투자부문에서도 외국인 투자 기업이 한국 내 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도록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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