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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 판 짠다는 각오로 지방자치 혁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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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내년으로 20년을 맞는다. 주민들이 지역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지역 운영에 참여하며 지방권력의 감시에 나서는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그동안 비효율과 비리·전시행정 등 적잖은 부작용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시대와 행정 환경이 달라지면 자치제도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주민 자치와 참여라는 지방자치의 근본 정신은 살리되 과감한 개혁으로 현장 행정서비스의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발위)가 그간 거론된 폐해를 줄이고 효율을 높일 20개 개선안을 담아 지난 8일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에 나온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새 판을 짠다는 각오로 과감한 지방자치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지발위가 내놓은 방안 중 기초 단체장·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추진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공천제 폐지는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치권의 입김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각 당 공약 사안이기도 했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은 도시를 자치권만 확대해 특정시·특례시 등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인구가 늘었다고 도시의 지위를 무조건 높여 공무원 직급과 자리를 기계적으로 늘려 주는 기존 제도는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발위가 제시한 특별시·광역시의 구·군 의회 폐지 방안은 충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무급 봉사직으로 출발했다가 유급 지방권력으로 변질돼 간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초의원직은 당연히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치단체장의 비대해진 권력을 적절히 감시하고 주민의사를 대변하는 순기능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예산 감시와 지방권력 견제를 위한 촘촘한 보완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균형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지방자치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발위가 내놓은 교육감 직선제 개선 추진안은 교육감 선거의 적폐를 도려내겠다는 것으로서 바람직하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다투는 ‘진영 선거’, 후보자들끼리 선거 후 인사를 미끼로 거래하는 ‘매수 선거’의 문제점이 반복돼 왔지 않은가. 이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는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의 대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자주성·전문성을 고려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복리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