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공업 삼능」인상 굳어 타 분야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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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쓰비시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기술혁신에 너무 소홀했다는 점이다.
90년대를 이끌어나갈 생명공학·신소재·소자부문 등 최첨단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기존기술이 돼버린 통신·일렉트로닉스 등의 분야에서 크게 뒤져버렸다. 다른 그룹들은 통신·전기분야가「달러박스」가 되어 그룹의 견인차역할을 하는데 비해 미쓰비시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있다.
미쓰비시하면 곧바로 미쓰비시중공업을 떠올렸을 정도로 중공업에 치중한 결과 전자·통신분야의 연구개발이 한창이던 지난70년대 미쓰비시전기는 중공업의 한 부속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미쓰비시도 뒤늦게 전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잇달아 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선두그룹을 뒤쫓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있다.
컴퓨터에도 3백억엔 이상을 투입, IBM의 호환기종개발을 서두르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있다.
미쓰비시전기도 몇몇 분야에선 소니·도오시바 등과 대등한 실력을 갖고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통신분야에서 주류를 이룰C&C(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결정적으로 약하다.C&C에는 전전공사가 20조엔 이상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INS(광통신과 디지털 교환기를 사용한 통신망) 등 광대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으나 미쓰비시는 컴퓨터부문의 약세로 힘을 못쓰고 있다.
미쓰비시전기의 범용컴퓨터의 일본시장점유율은 불과 3%.
그룹내 주요 28개 사를 포함한 미쓰비시그룹 전체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약1천대이상으로 그중 70∼80%는 IBM제다.
통신분야도 일전·부사통·일립의 독무대. 그러나 미쓰비시도 INS의 핵심기술중 하나인 레이저광 전환장치 등 고도의 기술을 갖고있어 앞으로는 컴퓨터부문의 대규모투자와 함께 미쓰비시그룹 전체의 사활을 걸고 한판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미쓰비시의 또 하나의 약점은 소비재산업이다.
일본의 핵심산업중 하나인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있어 현저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쓰비시전기의 가전부문 시장점유율은24%로 도오시바의30%,히따찌의 22%에 비해 손색이 없으나 금액으로 본다면 도오시바와 히따찌의 절반이하에 불과하다.
몇몇 히트상품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비자의 인식도 도 낮은 형편이다.
최근 세계시장을 휩쓸고있는VTR의 경우 송하·소니·일본빅터 등이 월 산20만∼25만대,히따찌 15만대, 도오시바 10만대규모인데 비해 미쓰비시는 5만대 수준에 머물러있다.
미쓰비시의 오디오제품생산 거점이라 할 수 있는 군산제작소는 해마다 10여역엔의 적자를 내고있으며 그나마 도오시바 등의 부품공급을 받고있는 형편이다.
미쓰비시의 중화학적체질 때문에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적응력이 약한 것이다.
판매망에 있어서도 약세다. 송하의 계열판매점은 약3만개, 도오시바 2만개, 히따찌1만1천개정도인데 비해 미쓰비시는 약6천 개에 불과하다.
덩치 큰 상품만 취급해온 탓에 세세한 판매기법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결과.
한편 자동차도 소위 크라이슬러 후유증으로 대 타격을 받았다.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자동차를 분리하면서 미쓰비시는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기술· 판매 등 전면제휴를 실시했다.
이때 제휴조건 중 하나가 북미지역의 판매권을 크라이슬러가 갖는다는 것. 이 때문에 일본소형승용차의 대미수출 붐으로 각 사가 한참 재미를 보고 있을 때도 미쓰비시는 크라이슬러사의 판매부진 때문에 실적이 타사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버렸다. 이에 따라 작년도 대미자동차 수출자율규제 때 미쓰비시는 큰 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일산·도요따 등은 차지하고라도 혼다의 34만9천대, 동양공업의15만9천대에도 못 미치는 11만3천대만을 배정 받았다.
알루미늄·화학·석유등이 처한 상황은 더욱 어렵다.
자본금 1백억엔의 미쓰비시경금속은 누적된 적자가 1백79억엔에 달해 소생가능성이 없다. 미쓰비시로서는 알루미늄산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알루미늄 사업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어서 그런 대로 넘길 수 있지만 석유화학같이 규모가 큰 것은 얘기가 다르다.
미쓰비시유화는 작년에 1백4억엔의 적자를 낸 데이어 올해도 2백억엔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미쓰비시화성도 비슷한 입장이어서 석유화학업종의 이들 2개 사가 지난3년 간 기록한 실질적자는 무려 1천억엔에 달했다.
미쓰비시는 이 두 거대기업의 중복부분을 통폐합하고 과잉설비를 줄이는 등 대대적인 재편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60, 70년대의 양적 팽창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앞을 내다보지 못한 미쓰비시의 약점이 하나둘 중대한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업계는 미쓰비시가 과거의 위기상황에서도 그룹전체의 결속을 강화해 이를 해쳐나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양길에서 다시 소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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