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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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겐타우루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 반마 의 괴물이다.
그러나 이제「켄타우루스」는 더 이상 신화 속의 괴물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미국대통령직속 의학관계특별위원회는 한보고서에서 반인반수의 잡종동물의 출현 가능성을 경고했다.
인간의 유전인자를 동물에 이식시켜「인간+동물」잡종을 만들어 이들을 노예나 전사로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경고는 두 가지 근거에서 비롯된 입론이다.
하나는 유전공학적 연구가 그 수준에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본성이 그런 위험한 행위도 저지를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유전공학적 기술은 아직 초보적이라곤 하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대학의「토머스·와그너」박사는 토끼의 헤모글로빈 유전인자를 쥐에 이식해서 그 형질이 최소한 2대에 걸쳐 나타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토끼 만한 쥐의 출현을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제네바대학의「카롤·일멘지」와 미국잭슨연구소의「피터·호프」는 쥐의 태아에서 채취한 세포를 특수한 방법으로 성장 체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하나의 살아있는 개체로부터 생식과정을 거치지 않고 살아 있는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크로닝(복제) 기술이다.
개구리 실험을 거쳐 포유류인 쥐까지 복제가 가능하다면 인간의복제도 당연히 가능하다.
미국 폭스 체이스암센터의「민츠」박사 팀은 인간의 베타 글로빈 유전자를 생쥐의 난소에 주입, 큰 쥐가 된 뒤에도 그 인자를 보유하고 2세에 물려주게 하는데 성공했다.
동물, 인간 잡종의 가능성은 인류에 대한 위험신호이기도하다.
그런 신호는 벌써 있었다. 1973년「스탠리·코언」과「허버트·브이어」가 최초로 두 가지 종류의 생물에서 DNA조각을 떼어내 재결합시키는데 성공, 거기에「DNA키마이라」라고 명명했었다. 「키마이라」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괴물.
보다 뛰어난「완전무결한 인류」를 만들겠다는 인간의 꿈도 있다.우생학이다.
「프랜시스·골던」은 그의 사촌「찰스·다윈」의 진화론을 이용해 적자생존의 사회적 정당성 이론을 전개했다. 나치독일의 유태인 학살은 그 이론의 실천이었다.
유전공학의발전은위험한세균의실험실밖유출도예상케한다.인류를 절감시킬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질 가능성이다.
과학발전은 그런 위험성에 대비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서 이룩돼오긴 했다.
그러나「윌러드·게일린」박사의 미 상원증언『예측불가능이라는 것이 바로 재해의 본질이다. 모르니까 미연에 방지할 수도 없다』는 말은 의미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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