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 경 수사권 조정 또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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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사권 조정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브로커 홍모씨 사건에 연루된 검찰 간부에 대한 경찰의 수사권 요구로 시끄러웠던 양측은 불법 외환 거래 사범 처리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 "경찰이 법 적용 잘못"=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28일 "이달 초 경찰이 송치한 166억원대의 환치기 사건 관련자 가운데 무등록 송금업자 박모씨를 구속한 것을 제외한 은행원 7명과 불법 외환 거래 혐의자 등 149명을 무혐의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03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일본에 불법 체류 중인 한국인들로부터 외화를 받아 국내에 거주하는 친지들에게 불법 송금해 주고 2억여원의 대가를 챙긴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149명은 대부분 단순히 외국에서 보낸 돈을 받은 것이어서 외국환 거래 규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경찰청 외사과가 6월 "전.현직 은행지점장이 끼인 불법 환치기 일당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뒤 15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경찰은 이날 검찰 결정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경찰은 "외국 환거래 규정상 환치기 업자의 환치기 계좌를 통해 송금받은 경우에는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하게 돼 있다" "이번 사건과 동일한 다른 사건에 대해 검찰이 약식 기소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불법 외환 거래 건은 경찰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시민을 마구잡이로 입건한 인권침해 사례"라고 말했다.

◆ 끝없는 검.경 갈등=수사 내용을 놓고 양측이 충돌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6월에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D환경업체 대표 배모씨 등에 대한 구속을 놓고, 지난달에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S사찰 예비승려 남모씨 구속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검.경.언 금품 로비' 및 '검사 떡값 수수 의혹' 사건의 수사 주체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22일에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 관련 홍보물을 제작, 배포하자 허준영 경찰청장이 "검찰이 파울(반칙)한 것"이라며 비난하는 등 감정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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