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죽교 … 박연폭포 … "정말 고향에 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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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개성 시범 관광이 시작된 26일 오전 남한 관광객들이 선죽교를 둘러보고 있다. 개성=오종택 기자

개성 관광시대가 활짝 열렸다. 현대아산은 26일 개성 출신의 관광객 등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당일 일정으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개성 시범관광을 했다. 대부분 70, 80대로 개성이나 인근 개풍군이 고향인 관광객들은 반세기가 넘어 찾아온 고향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워 했다.

관광단은 오전 6시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해 도라산 남측 출입사무소를 거친 뒤 군사분계선을 통과,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개성에 도착했다. 개성시내를 지나 고려시대 성균관(현재 고려 박물관으로 활용)을 거쳐 선죽교 등을 들러본 뒤 점심식사로 약밥 등 개성의 전통 요리를 맛보았다. 오후에는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박연폭포를 찾은 데 이어 개성공단을 둘러본 뒤 오후 6시쯤 남측 출입사무소로 돌아왔다.

○…황성겸(82)씨는 "살아 있는 동안 고향에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고 한 뒤 "어젯밤에 잠 한숨 못 자고 고향에 왔는데 정말 사무치는 느낌이 한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개성시민회 감사인 황씨는 버스 안에서 자신이 20대 초 교사로 근무했던 진봉 초등학교를 알아보고 안내원에게 확인하기도 했다.

○…선죽교를 찾은 윤정덕(71)씨는 50여 년 전 이곳에서 찍은 흑백사진을 꺼내들어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열여섯살 때던 1950년 3월 당시 친구.선배 등과 함께 선죽교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 윤씨는 "그때보다는 나무들이 훨씬 많이 자랐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박연폭포에서는 광주시립국극단 단장인 홍성덕(60)씨가 '박연폭포'를 주제로 한 창을 즉석에서 불러 화제가 됐다. 홍씨는 창을 부르다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다가 때마침 옆에 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함께 춤출 것을 권하는 바람에 현 회장과 홍씨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도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시범관광 비용(19만5000원)은 관광에 필요한 도로 포장 비용 등이 들어가 비쌌다"면서 "북측과의 협상을 통해 관광 비용을 이보다 낮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범관광 협상 당시 북측은 1인당 150달러 안팎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성 시범관광은 다음달 2일과 7일 등 두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개성=이영렬.성시윤 기자<youngle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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