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예상한 듯 무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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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판결이 선고되는 순간 피고인들은 재판장이 워낙 빨리 주문을 낭독한 탓인지 선고 형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무죄가 선고된 김용남 피고인은 선고 순간 눈을 아래로 깔고 무표정했으며 1심대로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이·장 부부는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주창균 피고인은 선고내용을 못 알아들은 듯 뒷자리에 앉은 사위 배길훈 피고인을 쳐다보며 궁금한 표정이었다.
콧수염이 덥수룩한 채 입정한 이철희 피고인은 재판장이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설명하는 동안 시종 시선을 아래로 한 채 무표정했고 장영자 피고인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며 초조한 표정이었다.
○…항소이유 설명도중 김용남 피고인에게 『무죄』라는 말이 나오자 김피고인은 숨을 몰아쉬며 두 손을 감싸쥐었다.
이에 앞서 장피고인은 이피고인이 입정하자 『얼굴이 부었다』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건네다 교도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법정에는 검찰 측에서 조우현 서울고검 검사와 성민·경북부지청차장검사·이명재 대검 연구관 등이 나왔고 변호인 측에서는 출정하지 않은 공덕종 피고인의 변호인 전고덕 변호사를 비롯, 6명의 변호인이 참석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장 부부에 대한 판결에서 원심을 파기한다고 밝혀 한 때 방청석에서는 1심 형량보다 감형이 될 것을 예상하고 술렁이기도 했으나 파기이유가 『원심판결이 2피고인의 배임중재 부분에 대한 증거설시 없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히고 항소심 판결문을 통해 증거를 설시하고 다시 유죄를 인정, 형량이 원심대로 선고되자 일부 방청객들은 기대가 어긋났다는 등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타자용지로 2백여 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해 일요일 14일 아침부터 15일 상오2시까지 철야작업을 했으며 선고직전인 상오까지도 분리된 이규광·공덕종 피곤인 등에 대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판사실 문을 잠근 채 작업을 했다.
이날 대법정의 공판은 상오 11시53분에 끝나고 담당 재핀부는 이규광 피고인이 누워있는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임싱재판으로 열린 이규광 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은 검찰 측에서 서울 고검 조우현 부장검사, 대검중앙수사부 신건부장검사 등이 평복차림으로 참석했고 가족과 이피고인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한보철 내과과장 등이 참석했다.
선고는 12시30분 시작돼 5분만에 끝났는데 먼저 주치사의인 한박가 링게르를 꽂고 누워있는 이피고인에게 『법원에서 나왔다. 눈을 떠보라』고 하자 이피고인은 눈을 뜨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재판장이 『고통스럽지만 함께 판결을 해야하니 참아달라』고 하자 이피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피고인은 지난9일 직장 제거 수술을 받은 탓인지 콧수염이 길게 나있었으며 초췌한 모습이었다.
판결문을 읽는 동이 이피고인은 눈을 감고 있다가 형량이 선고되자 눈을 다시 뜨고 재판장을 쳐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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