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쌀 농사 대풍예상 빗나가 추계량보다 2백만 섬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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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설>누가 봐도 올해 쌀 농사는 풍년이었다. 30년만의 가뭄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한 농민물의 땀의 귀중한 결정이다.
오히려 가뭄이후의 한여름날씨가 매우 좋아 모두들 유례없는 대풍임을 기대했었다. 정부당국조차 3천8백만 섬을 전제로 해서 올해 경제운영계획을 짜 놓았었다.
이런 참에 최종 집계된 3천5백94만 섬은 얼른 납득이 안가는 숫자일 수밖에 없다. 이 숫자대로라면 풍년은 풍년이되 기대했던 것만큼의 대풍은 아니었던 샘이다.
어디서 이 같은 오차가 생겨났을까. 주된 요인은 가뭄피해를 과소하게 계상했던 때문이었다.
당시 행정보고로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모내기를 못한 논은 9천7백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3배가 넘는 3만6천 정보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늦게 심어 수확량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던 논이 2만7천 정보나 됐다. 결국 행정보고의 미봉책이 이 같은 오차를 남은 것이다.
그러나 가뭄만이 목표치미달의 이유는 아니다. 가뭄에 따른 감수량이 1백만 섬 정도라니까 가뭄이 없었더라도 기껏해야 3천7백만 섬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가뭄을 제외하고는 다른 여건은 금년처럼 좋은 때가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조량도 어느 때보다 풍부했고 그루 수도 크게 늘려 심었고 병충해 피해도 거의 무시할만한 것이었다.
이러고 보면 쌀 증산의 한계는 금년 생산량 3천6백만 섬 수준에서 드러난 것이 그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해도 기껏해야 3천7백만 섬이 천장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과거 뻥튀김 식의 통계기준으로 따지면 평년작이라던 3천8백만 섬이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숫자였음이 판명된 것이다.
농수산부 당국자에 따르면 다수확품종인 통일계 벼를 75% 심을 경우 38천백만 섬의 달성도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실현 불가능한 강변이다.
금년의 경우 33%를 심었는데도 수매를 적게 해주는 바람에 농민들은 통일계 벼 심기를 꺼리고 있는 판인데 이것을 75%로 늘린다는 것은 탁상기대에 불과한 일이다.
결국 86년에 가서는 4천1백만 섬을 생산해 주곡자급을 이룩하겠다던 「쌀 자급 7개년 계획」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어쨌든 작년과 금년의 작황통계를 통해 쌀 생산량에 관한한 통계의 신뢰성은 크게 회복되었다.
뿐만 아니라 작년보다도 훨씬 풍년이었다는 올해 작황이 3천6백만 섬에도 못 미쳤다는 점에서 증산한계를 뚜렷이 보여준 것이었다.
주곡자급계획도 이 같은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다시 짜야한다. 솔직히 짠 계획이라면 훨씬 달성하기도 쉽고 무리가 없다. 사실 자급목표 4천1백만 섬이라는 숫자자체도 올바른 추정이었는지부터 차제에 다시 따져봐야 한다.
생산량집계는 매우 개선되었으나 소비통계 쪽은 아직도 주먹구구식인 형편이니까 말이다.<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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