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 : IP TV 시대 오는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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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방송통신 융합 현상 속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같은 거대 통신사업자가 IPTV 등을 통해 방송시장에 진출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통신사업자는 IPTV 서비스를 할 기술적 준비가 끝났고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당위성으로 내세운다. 그렇기에 정부 내 관할권에 대한 법적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국가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먼저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후 법적 문제를 논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통신사업자의 논리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가 쉽사리 결론 나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IPTV의 특성상 통신법이나 방송법 어느 한쪽을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의 법체계 상 충돌이 발생한다. 케이블TV사업자는 HFC.FTTH 등의 망을 통해 방송 콘텐트를 서비스하기 때문에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음성.전화.데이터를 서비스할 경우에는 통신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즉 음성.전화.데이터를 전송할 경우에는 통신법, 방송콘텐트를 전송할 경우에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 게 현재의 법체계다. 이 문제가 조정 또는 해결돼야 한다.

둘째, IPTV에 통신법상의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면 초기 사업의 활성화는 꾀할 수 있지만 망 개방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방송 분야의 개방을 종용받고 있으나, 외국 문화의 무차별한 진입을 방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막고 있다. 만약 기간통신사업자가 부가통신역무를 통해 IPTV를 실시할 경우 WTO로부터 망 개방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된다.

셋째, IPTV의 산업적 효과는 국가적으로 볼 때는 제로섬 게임이다. 초기 초고속인터넷사업은 두루넷과 하나로텔레콤이 시작했고, 이후 KT가 자본력과 기술을 이용해 이 사업에 진입했다. 현재는 전화사업과 인터넷사업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됐고, 하나로텔레콤은 적자에 허덕이다 외국자본이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었고, 두루넷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로텔레콤에 인수됐다. 이와 같이 매체 간 균형발전보다는 시장경쟁논리에 기초한 통신법을 근간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IPTV를 통해 방송 영역에 진입하는 것은 유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케이블TV방송사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국가정책에 의해 케이블TV방송사가 세계 최초로 오픈케이블방식 디지털방송서비스를 위해 기투자액을 포함해 2010년까지 총 7조원 이상 투자한 것을 무력화하게 될 것이다. 결국 IPTV에 의한 산업적 파급 효과는 국가적으로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며, 방송시장에도 공공성보다는 산업논리에 강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탄생시킬 것이다.

따라서 IPTV를 도입하려면 현 법체계에서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거나, 방송통신융합법을 제정해 그 모순점을 해결한 뒤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