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여성의 직장내 차별 여전하다|유네스코『한국의 도시여성…』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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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대화과정에 따라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고 직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직업여성이 받는 대우는 남성에 비해 공평한 것이 되지 못하며 양적 증가에 비해 질적인 수준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13일 동회관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의 도시여성과 직업』이란 제목의 세미나를 열고 도시저변의 근로여성과 전문직 및 사무직 여성연구란 논문발표를 갖는다. 조형 교수(이대) 조혜정 교수(연세대) 조옥라 교수(서강대)의 공동연구로 이루어진 논문의 전문직 및 사무직여성부분을 요약 소개한다.
여성의 직업 가운데 전문직은 비교적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전문직을 가진 기혼여성의 심층적 인터뷰와 참여관찰에 의한 결론은 전통의 압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전문직종은 의학계·교육계·금융계·사회사업계통, 도서관계통과 매스컴계통, 예술계와 기업계를 꼽을 수 있다.
전문직여성은 직장에서 여성에의 선입관이 여전히 작용하여 능력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점과 여성의 모성적 역할에의 기대는 화해시키는 자, 양보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하게된다. 또 남녀유별의 전통 때문에 남녀가 직업동료로서의 관계를 맺기가 힘들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실제 직장근무의 시간에까지 일이 확장되는 경우 여성은 그런 「무대뒷방」에 참여를 못하므로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 영역에서 제외되고 결과적으로 실력발휘를 못하게 된다.
권력 지향적인 직업풍토에서는 주로 인맥에 의해 중요한 정보가 교환되며 특히 뒷거래를 통해 남자들의 세계(술좌석이나 골프장)에서 일이 행하여지므로 이런 면에 참여할 수 없는 여성들은 그만큼 핸디캡을 갖게 된다.
이밖에 가정과의 양립문제, 자녀양육의 문제가 개인적으로 남게되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자녀교육에 있어 전문직여성들은 부정과 긍정의 두가지 반응을 보여준다.
부정적인 것으로는 집안의 주부처럼 아이 곁에서 항상 보살펴 주지 못한다는 것.
긍정적인 것으로는 직접 돌보는 시간이 적다해도 자녀에게 공부하는 점에서 저절로 모범을 보일 수 있으며 사회생활을 하므로 자녀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질문지(무작위추출, 여자1백3장·남자32장)와 개인면담으로 이루어진 사무직여성의 경우 구조적인 면에서 여직원들은 남직원보다 평균연령·교육수준이 낮으며 업무자체도 보조적인데 국한돼 있다. 전문직에 비해 남녀의 구별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호칭의 경우 어느 직장이나 입사하면 여자는 미스아무개이며 남자는 ○○○씨가 된다. 그러다가 직책이 올라가면 남자는 ○대리, ○과장 등이 괴지만 여성은 항상 미스아무개로 통한다. 이와 함께 여직원들에게 존대어를 사용하지 않는 남직원이 많다. 뿐만 아니라 담배심부름이라든지 차 심부름 같은 개인심부름을 상사가 시키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이루어져야하며 그리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여직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나 그것이 지나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없은 농담을 여직원을 속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여성자신이나 동료 남직원이 생각하는 여직원상은 그들을 채용하는 과정 속에서도 반영되어 있다. 대부분 직장은 공개경쟁방식을 취하고 있고 여자들만을 따로 뽑고 있다. 유수한 A실업에서는 5백여명의 여직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학교를 통한 추천으로 서류심사 후 모집정원의 2배를 뽑아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내고 있다.
이때 면접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성적·용모·성격·태도 등인데 용모가 결정적인 요소로 실제 작용한다고 실무자가 전한다.
여자 고등학교졸업반의 한 교사는 성적 차보다 용모에 의하여 취직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결국 회사측이 기대하는 것은 업무능률의 극대화보다 여성적인 매력과 역할수행이며 결혼 후 그만두어야 한다는 내규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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