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조세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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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다는 주장은 충분하고 타당한 근거를 갖고있다.
세금을 걷는 쪽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나 조세에 관한 일반납세자들의 생각은 언제나 소득에 비해 과중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일반적 생각은 주로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는 소득의 절대규모에 비해 조세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흔히 이런 비교의 척도가 되는 조세부담률이란 단순히 GNP에 대비한 조세규모를 일컫고 있는데 이 불완전한 척도로 미루어도 우리의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82년 현재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9.2%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다른 개도국들의 그것에 비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15.6%, 필리핀과 태국이 각각 13.9%로 나타나있다. 물론 이런 평면적 비교가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 다시 말해 소득구조, 재정내용, 조세체제 등의 질적 차이를 도의시하는 단순화의 오류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똑같은 논리로 선진공업국들의 그것과 비교하는데도 무리가 따른다. 흔히 세정당국이 내세우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선진각국, 예컨대 일본의 22.8%, 미국 28%, 서독·프랑스 등의 32%선에 비하면 물론 아직도 우리의 그것은 낮은 수준이라 할 수있다. 그러나 이런 비교는 더더욱 단순화의 오류가 커진다. 우선 소득의 상대적 격차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데다 가처분소득과 재정지출구조가 우리와 판이하다는 사실을 고려에 넣어야한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의 지적대로 개인소득세율만 보더라도 우리의 그것은 미·일·서독·프랑스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 있다.
국내 조세부담이 과중하다는 생각의 두 번째 이유로는 조세의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데도 원인이 있다. 70년대 이후의 조세증가율, 특히 내국세 증가율은 언제나 소득증가율을 앞질러왔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일반화해있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로는 현행의 조세체제가 납세능력에 비해 공평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납세자들에게 광범하게 퍼져있는 때문이다.
현행 조세구조가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조세의 합리화와 형평의 확대가 아닌가싶다. 물론 그것을 위한 세정의 노력이 끊임없이 추구되고 있으나 아직도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는데는 논의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있는데 조세체제는 여전히 70년대의 고세율, 다감면, 조세편의주의와 광범한 행정재량의 남용 등 갖가지 불합리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 5차 계획에서 주요정책과제로 제시된 조세감면제의 대폭적인 쇄신과 전반적인 세율인하는 2차 연도를 앞둔 오늘까지도 방향을 잡지못한채 혼미만 거듭되고있으며 실명제파동의 후유증에 말려 주요 세법개정안은 조세구조의 혁신은 고사하고 당장 내년의 세입확보에 급급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할 때 당면 세제개편은 우선 5차 계획의 목표인 조세구조합리화를 기본방향으로 되잡고 각종 조세감면구조부터 광범하게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 다음은 지나치게 불공평한 개인소득세의 세율인하와 자산소득의 합리적 과세를 통해 조세의 형평을 높이면 세율인하에 따른 수입감소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법인소득에 대해서는 각종 필요경비를 인정하여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개인소득에는 하등의 필요경비를 인정치 않음으로써 법인·개인소득세의 불균형을 초래하고있다.
조세형평의 구현은 같은 세목간의 세율구조 조정만으로 인식하는 조세정책의 한계를 무너 뜨려야한다.
특히 경기대책과 관련한 부가세율 등 각종 간접세율의 조정도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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