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야구」대「들소야구」|일프로야구 패권다툰 서무-중일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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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 일본프로야구의 양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새이부 (서무)라이언즈와 쥬우니찌(중일)드래건즈가 각각 이채롭고도 대조적인 스타일의 독특한 야구를 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이부는 철저한 「관리(관리)야구」이며 쥬우니찌는 거칠고 힘있는 마치 들소와 같은 야구다. 이것은 물론 양팀감독의 개성과 스타일에 따른 것으로「관리」는 세이부의 「히로오까」 (광강)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철저히 통제하는 것인 반면, 쥬우니찌의「곤도」(근등)감독은 선수개개인의 개성과 강점에 최대가치를 부여, 자의적인 플레이에 맡겨두는 야구다.
그러나 이 양자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악조건 속에서 사양길의 노장선수들을 활성화시키고 경험부족의 젊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끈기와 인내로 최대의 성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저변의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계는 이 두 프로야구팀의 전략을 파란과 정체에 시달리는 80년대의 기업경영에 원용할 수 있는 좋은 연구테마가 된다고 까지 떠들썩하게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세이부의 「히로오까」 감독은 경기가 중요한 국면에 봉착하면 자기 팀 투수의 투구하나하나마다 벤치로부터 직접 사인을 보낸다. 이것은 그 투수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승리에 대한 집념의 표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소위 관리야구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다.
이에 비해 「곤도」감독의 야구는 허허실실(허허실실)의 느긋함이 이채롭다.
『다소 허점이 있는 것이 좋다. 만약 수비 때 두들겨 맞았다면 다음공격 때 그만큼 되받아내면 된다』
따라서 관리야구가 세밀, 주도면밀하며 감독중심주의라면 들소와 같은 야구는 방만한 가운데서도 선수들의 자율적인 능력극대화를 도모하는 호방함이 엿보인다.
올해시즌 양 팀의 실책을 보면, 세이부가 64개로 12개 구단 중 최소인 반면, 쥬우니찌는 유격수인 「우노」(우야)가 단순한 쇼트플라이의 볼을 머리에 맞고 떨어뜨리는 진풍경의 졸수를 비롯, 무려 1백10개로 최다를 기록했다. 야구스타일의 차이가 빚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저팬시리즈에서 새이부가 4승2패로 패권을 차지, 관리야구가 개가를 올렸지만 일본의 경제계는 「관리」 못지 않게 「들소야구」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의 등목죽웅고문은 『경영에는 관리적인 것이 필요하기도 하나 개성을 키우기위해 자유로운 분위기조성도 중요하다. 요컨대 관리일변도로는 침체를 부르고 그렇다고 방자나 방만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룬 절충형이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등본고문은 『「히로오까」의 관리야구일지라도 선수의 개성을 잘 이끌어낼 수 있으며 근등의 물소야구도 흔히 쓰는 부단한 계투책이 곧 관리야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양자의 절충이 필연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두 팀은 고령선수의 활성화로 성공을 거둔 점이 특기할 일이다.
세이부는 31세의 「오오따」(대전), 36세의 「다부찌」(전연)등이 결정적인 순간에 적시타와 분골쇄신의 호쾌한 베이스 러닝으로 승리의 주역이 되었고 쥬우니찌도 꺼져가는 촛불같던 노장인 35세의 「야자와」 (곡택), 32세의 「오오시마」 (대도)동이 의외로 분발, 팀의 견인차노릇을 했던 것이다.「히로오까」감독은 고령화에 따르는 무기력과 자신감 상실을 제거하기 위해 동정이나 이해보다 엄하고 단호한 지도적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선수들 스스로가 분발하도록 자극을 주며 유도했다.
이 양팀에는 걸출한 선수가 없다. 쥬우니찌의「다미오」 (전미) 만이 판신의「가께우」 (계포)와함께 최다출루의 공동1위일 뿐 타격이나 투수부문의 타이틀보유자가 전무하다.
이점은 야구의 팀 성적은 각 부문의 힘이 고르게 결집되었을 때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실증한 것으로 불황기 기업경영전략의 요체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견해가 일본경제계를 지배하고 있다.

<일경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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