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윤화|「보행자보호」싸고 법원·검찰서 이견|표시선 밖이면 운전사 면책 : 검찰|선밖에서라도 과실 땐 처벌 : 법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횡단보도사고」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대검은 지난달 전국검찰에 시달한 처리지침에서「횡단보도사고는 횡단보도빗금안에서의 충돌사고만으로 한정하고 조금이라도 이를 벗어나면 횡단보도사고로 처리하지 않도록 했었다. 이에 대해 법관들은 이러한 해석은 운전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대신 보행자에게 불리한 법적용이라며 운전사의 과실이 인정된 경우 횡단보도 빗금을 벗어난 사고라도 횡단보도사고로 처리, 운전자에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지법남부지원 조용무판사는 지난 7월 횡단보도에서 18m 벗어나 교통사고를 냈던 택시운전사 김은태피고인(33)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3조2항6호(횡단보도사고)를 적용, 금고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피고인은 6월1일 0시10분쯤 서울 구로동 편도 3차선도로를 운행하다 횡단보도를 지난 18m지점에서 길을 건너던 김명필씨 (31)를 치어 4주의 상처를 입혔던 것.
당시 검찰은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례법 3조1항(업무상과실치사상죄) 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기소 후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법원이 직권으로 횡단보도사고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던 것.
특례법 적용에서 횡단보도 등 8개 예외조항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기소 후라도 합의가 이뤄지면 공소기각판결을 하는 것이 일관된 법원의 견해여서 김피고인도 검찰의 해석처럼 횡단보도사고로 인정되지 않으면 공소기각판결이 예상됐었다.
이 사건은 김피고인의 항소로 현재 서울형사지법항소부에 계류중이다.
이에 대해 서울형사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횡단보도를 다소 벗어난 사고라도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횡단보도사고로 보고 운전자를 처벌해야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보행자의 질서의식이나 수준이 현실적으로 검찰의 해석과 맞지 않고 특례법의 입법취지가 성실한 자가운전자의 보호에 있는데도 검찰이 이처럼 엄격하게 해석하면 자칫 난폭운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한 법관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돌진해오는 차량을 피하기 위해 횡단보도 밖으로 나갔다가 차에 치였을 경우에도 충돌지점만을 따져 횡단보도사고로 보지 않는다면 감법감정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의 해석대로라면 충돌 후 피해자의 쓰러진 위치에 따라 횡단보도사고여부의 시비가 예상되고 경찰조사단계에서부터 부작용의 여지가 많아 사법부의 불신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횡단보도주변의 사고를 포함시키면 대상이 막연해 오히려 부작용이 많고 처리기준에 혼란의 여지가 있어 보행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