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놓고 기획원서도 연기·강행 엇갈려|법정관리 삼성특수제지, 새 사장 맞아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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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실명제실시여부를 둘러싼 최근의 우왕좌왕을 놓고 경제기획원 사람들은 저마다 엇갈린 반응을.
거북한 입장 때문인지 쉬쉬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실시연기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정되기 이전의 원안대로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 수록 실명제에 관한한 일제 노코멘트. 주무부서인 재무부가 정부안을 내놓았고 국회의원들이 심의하고 있으니 기획원은 코멘트 할 입장이 아니라는 태도.
그러면서도 김준성 부총리 혼자서 예정에도 없던 당·정 협의회에 아침저녁으로 불려다니는 결과에 대해 자신들도 궁금한지 귀동냥에 열심인 모습들.
★…금년 1월 부도발생 이후 지난 7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성특수제지는 23일 채권자회의를 갖고 이순국 온양펄프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은 그동안 전 경영주 염??모씨의 경영참여주장과 주거래은행·채권단의 참여불가 의견이 맞서 왔었는데 이번 양측의 합의로 이사장이 선임됨으로써 염씨측은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그런데 새 선임된 이사장은 전 삼성특수제지의 전무를 역임하다 자매회사인 온양펄프사장을 맡아오는 등 전 경영자측과 대단히 가까운 사이.
★…실명제의 운명이 이틀사이에 엎어졌다 뒤집어졌다하는 바람에 실무 부서인 재무부관계자들은 어안이 벙벙한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당황.
강경직 재무부장관은 28일 저녁 장관실에서 김재익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과 25분동안 요담한 뒤 황급히 나갔는데 실명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 확정됐다면 축하할 일이 아니냐는 기자질문에 『축하는 무슨 축합니까?』라고 표정 없는 얼굴로 말을 끊었다.
실명제추진의 핵심 참모였던 이형구 차관보는 28일 저녁 국회가 끝난 뒤에도 청사에 들르지 않은 채 바로 퇴근했으나 강현욱 이재국장은 관계 과장들과 밤늦게까지 모종의 대책을 협의했다. 재무부는 실명법안의 대폭적인 수정을 위한 안을 제출할 입장도 아니며 당·정 정책조정협의회의 결과에 순응할 뿐이라며 몹시 언짢은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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