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결혼식장|이영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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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장내정돈이 덜되어 어수선한 가운데 결혼식은 시작되었다. 신부가 입장하는 동안은 제법하객들의 시선이 신부로 향하더니 식이 조금씩 진행됨에 따라 식장 안은 점점 더 웅성대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두엇 왔다갔다하는데 그 엄마들은 당연지사인듯 애들을 내버려 둔다.
그때였다. 내 뒷줄에서 계속 칭얼대던 아기가 『신부 ○○○양, 그대는 신랑 ○○○군을 지아비로 섬기며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가정을 지키며 평생해로할 것을 맹세합니까?』 하는 주례의 물음에 서둘러 대답이라도 하듯 으아앙-하고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울음소리에 앞쪽에 앉았던 하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일부 하객은 옆사람에게 왜 웃느냐고 물어본다. 또 더러는 이왕 술렁대는 분위기에 내 목청 좀더 높다고 실례가 될소냐는듯 아예 돌아앉아 떠드니 그 소란함 속에 신랑 신부는 차라리 고독해 보였다.
한번은 뒤에 서서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웬 손이 내뺨을 스쳐 앞사람의 어깨에 닿았다. 그러자 내 앞사람은 그손의 장본인을 찾아 머리릍 돌렸고 반가운 두사람은 『아이고 순이 엄마, 이게 얼마만이오』 『글쎄말이에요, 형님. 미국가셨다고 들었는데…』로 시작해 나를 가운데 놓고 열띤 해후가 시작되었다. 나는 평소 글을 통해 이름을 들었던 분이 주례를 맡으셨기에 주례사를 듣고 싶은 마음에 『지금 식중인데 좀 조용하세요』하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내 앞의 여자는 무안을 타기는 커녕 별일 다 보겠다는 식으로 나를 쏘아봤고 1분도 못가 다른 사람들처럼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아기가 빼액 하고 울어젖힌 결혼식은 15분만에 끝났고, 요즘 대부분의 예식장 결혼이 한시간 간격으로 예약되니 식 자체는 길어봤자 20여분을 안 넘긴다.
모처럼의 뜻있고 기쁜 결혼예식에 참석해 인생항해를 시작하는 신랑 신부를 축하해야할 하객들이 그 시간을 참지못해 떠들어야하고, 담배를 피워야할까. 또 그 아기 엄마는 보채는 아기를 그렇게 식장에 끌어안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결혼식은 가장 아름답고 엄숙한 의식이며, 그 의식이 의식으로서 위용을 갖추려면 하객들의 예절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고 본다.
다음 주일로 다가온 친척의 결혼식을 앞두고 거기 모일 하객들의 조그마한 예의를 기대해본다. <서울강남구압구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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