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마라톤 「2시간7분대」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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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시간7분대의 진입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세계의 마라톤계가 전례없던 흥분속에 들끓고 있다. 오는 11월13일의 제13회 미국 뉴욕 국제마라톤대회에 쏠린 시선과 관심이 이러한 것이다.
80년대들어 세계최고권위의 레이스로 떠오른 뉴욕 마라톤대회는 올해 인류역사상 가장 강인하고 빠른 철각2명의 역사적대결을 펼쳐놓을 예정이다.
여기서 현재의 세계기록 2시간8분13초가 깨어지고 2시간7분대의 경이적인 기록이 탄생되리라는 기대가 강력히 부풀어 오르고 있다.
최대관심의 주인공은 「알베르트·살라자르」다. 「살라자르」는 작년10월의 이대회에서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한 황금의 준족.
작년과 올해의 보스턴 마라톤마저 연패, 추종불허의 슈퍼맨으로 군림해있는 「살라자르」는 비록 2시간7분대 달성의 가능성에 관해 예언하지는 않으나 『지난여름이후 컨디션이 생애최고다. 따라서 과거 어느때보다 더좋은 기록을 낼수 있을 것같은 기분이다』라고 말해 1년만의 기록경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살라자르」는 올해 24세. 쿠바태생으로 오리건주 유진시에 집이있고 오리건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앞두고 1만m의 미국최고선수로 등장,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의 올림픽보이코트로 세계무대에서 각광을 받을 기회가 늦춰졌다.
그러나 81년 보스턴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일약 세계톱클라스의 마라토너로 변신한 「살라자르」는 작년 뉴욕대회에서 마침내 역사적 금자탑을 세운것이다.
「살라자르」는 지난여름 5천m와 1만m경기에서 각각 13분11초93과 27분25초61의 미국최고기록을 수립, 실력이 향상일로에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에 「살라자르」에 도전할 유명건각으로는 멕시코의「로들포·고메ㅅ스」(32), 미국의 「존·싱클레어」(25)와 「프랭크 쇼터」(35) 등이 있으나 이들의 최근기록이 2시간11∼13분대에 불과,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살라자르」의 유일한, 그리고 위협적인 도전자가 있다. 「딕·비어즐리」(26)다.
친구들에게 「디키」라고 불리는 「비어즐리」는 지난4월 보스턴대회때 혜성과같이 나타나 일거에 「살라자르」의 유일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이때 「살라자르」는 2시간8분51초로 비록 우승을 차지했으나 그것은 극적인 역전승이며 실로 간발의 차를 둔 기적같은 선착이었다.
2위를 한 「비어즐리」의 기록이 2시간8분53초로 「살라자르」 보다 불과 2초 늦은것이었고 거리차는 약10야드(약9m) 였다.
「살라자르」에 예기치못한 고전을 강요했던 「비어줄리」로서는 통분할 노릇이었다. 시종 선두를 유지했고 오히려 「살라자르」가 뜻밖의 복병인 「비어즐리」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비어쥴리」는 맨해턴의 센트럴파크 골인지점을 불과 2마일(약3·2㎞)앞두고 떨어졌고 끝내 「살라자르」에 역전당하고 말았다.
이로인해 「비즐츨리」는 7개월만의 재도전울 절치부심(절치부심)해 왔다. 『이번엔 반드시 「살라자르」를 꺾을 것이다. 총력을 다할것이므로 그가 보유한 세계기록도 자연히 깨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호언했다.
「살라자르」는 『누구나 레이스 전에는 큰소리를 친다』라고 「비어즐리」의 도발적인 태도를 무시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그를 철저히 의식한 경기를 벌여야 할 것』 이라고 말해 라이벌의식을 자인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지나친 승부의식과 견제때문에 기록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격과 최근의 컨디션으로 보아 치열한 경쟁이 놀라운 기록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살라자르」는 침착하고 내성적이나 레이스에 대한 집념이 강철같으며 「비어즐리」는 평소엔 유순하다가 레이스에 들어가면 흥분한 황소 같이 공격적이고 정력적이며 패배를 매우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자신을 2중 얼굴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 비유한다.
「살라자르」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반면, 「비어즐리」는 미네소타주 웨이자타라는 시고에서 젖소를 기르며 성장했고 4H클럽회원이었으며 사우드다코타주립대에서 농업을 전공했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 이라고는 미국 최고의 마라톤코치「빌·스콰이어」의 제자들이라는 것과 호리호리한 체격이 비슷(「살라자르」=179㎝ 「비어즐리」=180㎝ 하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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