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주말을]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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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1980년 중국의 덩샤오핑(오른쪽)과 만나는 오리아나 팔라치.

수천가지 분노 품고, 나는 인터뷰했다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산토 아리코 지음, 김승욱 옮김, 아테네,464쪽,값 30,000원

"소수의 사람들이 인간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현실은 잔인하다. 나는 권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우리 운명을 어떻게 결정해버리는지 알아보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수 천 가지 분노를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권력에 저항하는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던 20세기 최고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다. 그녀는 국가원수 등 수많은 거물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로 이름을 떨쳤다. 인터뷰는 서로 주고받는 공격적 어조 때문에 말싸움이 되기가 다반사였고 정치인들은 쩔쩔 매기 일쑤였다. 그 덕에 팔라치는 자신이 인터뷰한 헨리 키신저, 덩샤오핑, 빌리 브란트 등 거물들만큼이나 유명해졌다.

이 책은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삶에 대한 가장 대표성있는 전기. 저자는 팔라치와 오랜 인터뷰를 토대로 '여전사 기자'의 삶을 재구성했다. 권력에는 냉철한 반면 막상 자신의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보호를 해왔던 그의 모습도 상당부분 드러난다. 그녀는 193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정권하에서 자랐으며, 이때부터 권력이 어떻게 남용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반나치투쟁 단체인 '자유를 위한 자원봉사단'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에서 암투병 중인 팔라치는 지난해 펴낸 저서 '이성의 힘'에서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무슬림연맹에 의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 그녀는 "내 병이 아주 깊어 얼마를 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년 재판 때까지 살아서 그 결과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책에 쓴 것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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