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大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학 4학년 재학중 휴학,취업을 준비중인 손모(29·대구시 중구 서성동)씨는 대구중앙도서관의 디지털 자료실을 일주일에 2∼3일씩 찾는다.학교 도서관보다 공부 분위기는 다소 떨어지지만 무료인데다 시설이 좋아 편한 마음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다.

전기전자학을 전공중인 그는 집에서 도서관홈페이지로 새벽에 예약한 뒤 도서관에서 각종 사이트를 검색,수험자료를 읽고 정리하며 문제를 풀고 있다.

손씨 같은 취업·수험생 등으로 대구중앙도서관의 디지털 자료실은 늘 만원이다.34대의 PC중 한 대(좌석 69석)를 차지 하려면 당일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요즘 대구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시대변화에 발맞춰 변신에 나섰다.디지털·특화 자료실을 갖추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거나 빌려 보는 곳에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정보·문화·교육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디지털로 승부건다=지난해 1월 문을 연 대구중앙도서관의 디지털자료실은 비디오테이프·DVD·비디오CD·음악CD·CD-ROM·전자책(E-Book)등 3천9백여점의 디지털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물론 이 자료를 활용하기 위한 멀티미디어 PC·스캐너·노트북·프린트·어학실습기 등 첨단장비도 갖추고 있다.

디지털자료실을 찾는 시민들은 토익·토플 모의테스트는 물론 어린이용 멀티동화·애니메이션·전자책 등을 즐겨 본다.도서관 회원으로 등록하면 외부 컴퓨터에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전자책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또 국회도서관 등 협정을 체결한 도서관의 원문 DB를 검색,출력할 수 있으며,어학실습을 하거나 학습용 영화비디오 도 볼 수 있다.

도서관측은 올해 웹 방송시스템을 도입,특별강연 등 동영상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휴대폰이나 PDA를 도서관 모바일 시스템에 인터넷으로 접속,자료검색 등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도 이 달말 실시할 예정이다.

대구중앙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대구지역 9개 도서관이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이같은 시스템을 모두 갖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도서관끼리 디지털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교육 서비스확대=평생교육과 종합 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구중앙도서관은 지난 달 29일 시청각실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음악회는 2백50석의 좌석이 모두 찰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내에 왔다가 음악회를 감상했다는 김은숙(38·주부·북구 복현동)씨는 “도서관에서 음악회를 열 줄 몰랐다”며 “규모가 큰 다른 음악회에 비해 부담이 없어 좋았다”고 말했다.

시청각실은 2001년까지만 해도 주로 영화를 보여줬다.그러나 첨단 무대시설을 갖춘 지난 해 이후 수시로 연극과 연주회 등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서관측은 또 1층 전시실에서 기상사진전,시화가 있는 작고 문인 사진전,우수만화 원화 작품전 등 전시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지난해 조명·칸막이·탁자 등을 갖춰 전시실(53평)을 마련한 덕분이다.이 전시실은 올해 1년치 전시일정이 모두 잡혀 있다.중앙도서관은 또 독서·논술·NIE지도사 자격증 과정을 운영 중이다.

다른 도서관들도 이에 뒤질세라 취미·자격증 과정의 강좌를 개설,인기를 끌고 있다.

중앙도서관 달성분관은 지난 3개월간 한문강좌에 이어 촌수·호칭·상례·제례법을 가르치는 ‘예절교실’(3개월 과정)을 운영 중이다.이 과정에는 정원(15명)을 훨신 넘은 인원이 신청,선발에 애를 먹었다.

◇자료실도 전문화 추세=대구중앙도서관은 2000년 4월부터 47평의 ‘섬유정보실’을 운영 중이다.이 정보실은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섬유 실물을 비롯,조선시대의 옷과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또 대구섬유산업의 발자취를 소개,전공 대학생 등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머지 8개 공공도서관도 앞다퉈 특화 자료실을 운영 중이다.두류도서관의 족보자료,동부도서관의 향토자료실,북부도서관의 석·박사 학위논문실,효목도서관의 점자자료실,서부도서관의 향토문학관 등이 그 것이다.지역특성에 맞게 도서관을 꾸며 주민을 유치하려는 의도다.

중앙도서관 열람봉사과 박정숙(34)씨는 “자료실도 지역실정에 맞춰 특화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