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신입생 '0' 홍명고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홍명고 1학년 교실은 텅 비어 있다. 지난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1·2학년 교실은 내년에도 텅 빌 처지다. 학교 측이 지난달 21일까지 울산시교육청에 내야 할 내년도 입학전형 요강을 제출하지 않아 법적으로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못해서다. 현재 2학년 206명, 3학년 233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내년에 3학년만 있는 ‘이상한 학교’가 되는 셈이다.

 사정은 이렇다. 학교법인 태화학원이 운영하는 홍명고는 1989년 개교했다. 하지만 학교가 울산·온산공단 사이에 있어 공단에서 날아온 악취와 먼지·소음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1999년 울산에서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홍명고에 강제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통이 불편하고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며 수년간 민원을 제기했다. 이 학교에 배정받은 일부 학생이 전학을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진학 기피 학교가 된 것이다

 민원이 끊이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2011년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울주군 천상리로 학교를 이전하라”고 권고한 것. 천상리는 주거지로 개발됐지만 고교가 없는 곳이다.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통학 민원을 고려해 2014학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이전을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학교 부지 매각에 나섰지만 땅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학교 부지를 내놓은 지 2년 만인 지난해 9월 한 민간 개발사업자와 부지 매매 계약을 했지만 사업자가 계약금을 내지 않아 이마저도 불발됐다.

 홍명고 이전이 늦어지자 천상리에 공립고를 설립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 홍명고 재단 이사장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천상리 주민들은 홍명고 이전을 거부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홍명고 측은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이번에는 신입생 전형 방법이 문제가 됐다. 홍명고 측은 지난 2월 기존 평준화 전형에서 학교장 전형으로 입학 전형을 변경했다. 민원 때문에 오려는 학생이 없으니 지원자만 받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홍명고는 지난 8월 돌연 입장을 바꿔 “평준화 전형으로 변경할 테니 2015년도 신입생을 강제 배정해달라”고 시교육청에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중등교육법에 따라 같은 해 이유 없이 입학 전형을 바꿀 수 없다며 거부했다.

 홍명고는 마감시한까지 학교장 전형 모집요강을 시교육청에 내지 않아 결국 내년도 신입생도 받을 수 없게 됐다. 2년 연속 신입생 없는 학교가 된 것이다. 올해 1학년이 없어 교사 12명은 공립학교로 파견됐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의 교사가 공립학교로 파견될 전망이다.

 이창원 울산시교육청 장학관은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홍명고에 신입생을 강제 배정할 방법이 없어 2016년도 입학 전형까지는 3학년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화학원 측은 “2016년도 입학 전형을 내년 봄에 마련할 계획”이라며 “폐교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차상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