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록바도 "아빠" … 첼시는 무리뉴 패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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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은 야누스의 매력을 지녔다. 거만함과 따뜻함, 준비성과 임기응변 등 상반된 리더십을 동시에 발휘한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첼시는 승점 100점을 달성할 기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65) 감독의 말처럼 첼시는 독주 중이다. 2014-2015시즌 첼시는 10승3무(승점33·2일 현재)로 EPL 단독 선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3승2무·16강행)와 리그컵(2승·8강행)을 포함해도 시즌 20경기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첼시는 조세 무리뉴(51·포르투갈)가 지휘봉을 잡았던 2004-2005시즌 EPL 역대 최다 승점(95점·29승8무1패)으로 우승했다. 10년 후 같은 팀, 같은 감독이 승점 100점에 도전하고 있다. 무리뉴는 2011-2012 시즌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고 스페인 리그 사상 첫 승점 100점으로 우승한 경험이 있다.

 통역관 출신 무리뉴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축구 선수로는 빛을 보지 못하고 23세에 은퇴한 뒤 체육교사로 일했다. 1992년 보비 롭슨 당시 스포르팅 리스본 감독의 통역관을 맡으며 축구에 눈을 떴다.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2004년 포르투(포르투갈)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2004년 첼시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난 ‘스페셜 원(special one)’이다”라고 선언했다. 2012년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리그 우승을 이끈 뒤에는 “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를 제패한 유일한 감독이다. 날 ‘온리 원(only one)’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만 들어보면 자기확신에 가득 찬 인물 같다. 그러나 『스페셜 원 무리뉴(저자 쿠베이로·가야르도)』는 그가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감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무리뉴가 출연한 신용카드 광고도 그의 준비성에 착안했다. 무리뉴가 우산을 펼치면 비가 내리고, 동료가 셔츠에 커피를 쏟으면 여분의 셔츠가 나온다. 작전회의에서 지시한 코너킥이 경기 코너킥 골로 재현된다. 마니시(37·포르투갈)는 “무리뉴는 마법사다. 경기장에서 벌어질 일의 95%를 맞췄다”고 놀라워 했다.

 특유의 거만함 탓에 적(敵)도 많다. 스페인 잡지 ‘롤링스톤’은 2011년 올해의 록스타로 무리뉴를 선정했다. ‘세상 사람 모두를 화나게 하는 기술 때문’이라 이유를 밝혔다. 스페인 기자가 “통역관 출신인 주제에 왜 이렇게 무례한가’라고 물은 적도 있었다. 무리뉴는 “내가 통역관에서 명문팀 감독이 되는 동안 당신은 삼류기자에 멈춰있다”고 맞받았다.

 독하고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것 같지만 따뜻한 인간미도 있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무리뉴는 면담 때 선수의 모국어를 쓴다. 선수들에게 ‘motivation(동기부여)+ambition(야망)+team(팀)+spirit(정신력)=success(성공)’이라고 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무리뉴를 거쳐간 선수들 대부분이 그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2010년 인터밀란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떠날 때 ‘악동’으로 유명한 마르코 마테라치(41)가 무리뉴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린 건 유명한 일화다.

 갈라타사라이(터키)에서 뛰다 올 시즌 첼시로 컴백한 디디에 드록바(36)는 “무리뉴 감독과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첼시에서 뛴 드록바는 무리뉴를 ‘아빠(father)’라 부른다. 무리뉴는 “드록바는 첼시의 왕”이라 극찬했다.

 지난 시즌 첼시로 돌아온 무리뉴는 또 한마디를 보탰다. “난 해피 원(happy one)이다. 첼시와 재혼한 난 행복한 사람이다.” 6년 만에 첼시로 돌아와 마냥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는 EPL을 평정하며 첼시 팬들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잘 이기기만 해서 행복한 건 아니다. 과거 무리뉴는 수비에 무게를 둔 역습 전술을 펼쳤다. 이번 시즌 첼시는 ‘멋지게 이기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무리뉴는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11골),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10도움), 골키퍼 티보 쿠르투와 등을 잘 조합했다. 압박·점유·역습에 모두 능한 균형있는 팀을 만들었다. 첼시는 경기당 평균 2.3골, 0.8실점을 기록 중이다.

 무패 우승 가능성 질문에 무리뉴는 “no”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위보다 1위가 더 편하다. 1위는 다른 팀이 아니라 자신이 팀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리뉴의 팀이 최고라는 자신감을 담은 말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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