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나도 한번" 열기 후끈 … 광역 연봉 7000만원, 기초는 5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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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영업사원 교육팀장인 박모(46.울산시 북구)씨는 요즘 시의원이나 구의원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활달한 성격으로 쌓은 인맥이 탄탄한 데다 내년부터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바뀌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는 "당선만 되면 지역유지로 대접받을 뿐만 아니라 급여도 지금 받는 월급보다 훨씬 많을 게 확실하기 때문에 출마에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 있는 한 은행의 김모(45) 과장도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이다. 사회활동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그는 그동안 지방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은행을 그만둘 경우 생계 문제로 출마의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무보수 명예직인 광역.기초 의회 의원이 내년 유급직으로 바뀌면서 지역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정치 신인까지 대거 뛰어들어 내년 5월 선거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방의원 대우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에 비해 낮지 않으리란 전망 속에 '선거 고시'란 말까지 생겼다.

◆ 유급제 전환=현재 지방의원에게는 의정활동비와 회의수당 등 실비만 지급된다. 시.도의 광역의회 의원은 연간 2700만원, 시.군.구의 기초의회 의원은 연간 1800여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각 지자체가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실정에 맞게 지방의원의 연봉을 조례로 정하게 된다. 지방의원 사이에서 광역의원은 2~3급, 기초의원은 4~5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연봉이 광역의원은 7000여만원, 기초의원은 5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정치권 들썩=한나라당 경남도당은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2000여 명에 불과했으나 5월 이후 무려 4만여 명이 가입했다.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이 당내 후보 경선에 대비, 우호적인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경쟁적으로 입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광주시당도 최근 3개월 새 당원이 2만여 명이나 늘었다. 임홍채 사무처장은 "최근 출마 상담 전화가 하루 10통 이상 걸려 온다"고 말했다.

지방의원 지망생의 계층도 다양하다. 예전과 달리 국회의원 보좌관과 각 당의 당직자, 시.도 의회 전문위원, 시민단체 간부, 자영업자, 기업체 임직원, 지방언론사 기자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성 출마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경남도당이 여성 정치인 양성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 개설한 여성정치아카데미에는 매번 정원 90명을 모두 채웠다.

광주대 21C여성정보문화연구소가 실시하고 있는 여성정치대학은 수강생 40명 중 절반가량이 지방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우려 반, 기대 반=광주시의회의 유재신(45) 운영위원장은 "유급화는 지방의회에 젊고 역량있는 다양한 정치 신인의 수혈을 촉진, 지방자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열 경쟁으로 불법 선거운동 등 부작용과 자칫 동네 정치꾼의 양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찬호.이해석.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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