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공세에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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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즈끼」(영목선행) 일본수상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재선의 기회를 박차고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16일로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자등록마감을 앞두고 주류·비주류 파간의 정면대결로 치닫던 일본정국은 새로운 정치질서모색을 위한 진통을 겪고있다.

<유리한재선 포기>
이번 총재선거에서「스즈끼」수상은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자민당 국회의원 4백20명중 이른바 주류 파 2백44명의 지지를 확보, 어떤 경로를 거치든 재선에 아무 지장이 없는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스즈끼」사퇴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정치이념으로 내세워 온 이른바「화의 정치」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80년6월「오오히라」(대평정방)전 수상이 급작스레 사망한 후 각 파벌간의 타협의 산물로 등장한「스즈끼」수상은 거당 체제를 중심으로 하는「화의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파벌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종국을 헤엄쳐왔다.
그러나 81년11월의 내각개편에서 그는「다나까」파에 지나치게 기울어짐으로써 그때까지 자신을 지탱해준 또 하나의 기둥「후꾸다」(복전규부) 파의 불만을 삼으로써 끝내는 당을 주류·비주류로 갈라놓았다.
이번 총재선거에서는 당내 3분의1을 차지하는 비주류 파가 그에게 정면도전할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화의 이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스즈끼」정권은 작년 개각이래 록히드 사건의 피고인「다나까」전 수상의 그림자에 불과한 꼭두각시 내각이라는 지탄을 받았으며 야당 뿐 아니라 자민당 내에서도「각영내각」이란 불명예스런 별명을 들어왔다.

<재정적자로 고민>
이 같은 상황에서 명예로운 퇴진으로 당내 신임과 발언권을 높이자는 것이「스즈끼」수상의 숨은 속셈이라는 이야기다.
돌연 사의의 다음이유로는 재정재건 및 행정개혁의 실패, 국민의 인기하락이 지적되고있다.
그는 수상취임 후「증세 없는 재정재건」「84년까지 적자국채의 탈피」「환경개혁의 실현」을 정치생명을 걸고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이래 불황으로 5∼6조 엔의 세수결함이 생겨 재정재건은 커녕 적자국채를 증발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 9월16일의 재정비상사태선언은 그가 공약한 재정재건의 포기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행정개혁도 정부내의 이견으로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또 최근의 여론조사에서「스즈끼」에 대한 지지율은 30%에서 최하16%선을 맴도는 전례 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자민당으로서는 내년에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있고 사정에 따라서는 80년과 같이 중·참의원 동시선거를 치러야할지도 모르는 입장인 만큼 당내에서는 벌써부터「스즈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여론이 높았다.
「스즈끼」파 내의 수상측근인「사이또」(재등방길)의원은「스즈끼」수상이 최근『언제라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렸으며 지난 9월의 중공방문직후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하고있다.
정계 일부에서는「다나까」파와도 사전협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어떻든 일본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나까」파,「스즈끼」파,「나까소네」파 등 주류 파에서는 11월 이전에 총재를 뽑아달라는「스즈끼」수상의 당부에 따라 예비선거 없이 당내협의로 후계자를 선출, 가능하면「10월15일내」라도 중·참의원합동회의를 열어 후임수상을 결정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지지율 최하위선>
후계자로는「다나까」파에서 후보를 낼 수 없는 사정인 만큼 그동안「포스트·스즈끼」를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온「나까소네」(중수근강홍)행정관리청 장관을 밀기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에 대해「후꾸다」파,「고오모또」(하본민부)파,「나까가와」(중천일낭) 그룹 등 비주류 파는 아직 의견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주류 파의 리더인「후꾸다」전 수상은 협의에 의해 후임총재를 선출하자는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예비선거에 의한 표 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오모또」 경제기획청 장관도 14일 열리는 당 최고자문회의 결과를 보아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미루었다.

<다나까 파가 막강>
「나까가와」과학기술청 장관만 예비선거실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 당내 세력분포는 주류 파가「다나까」파 1백7명,「스즈끼」파 87명,「나까소네」파 50명 등 모두 2백44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있는데 반해 비주류 파는「후꾸다」파가 74명, 「고오모또」파 42명,「나까가와」그룹 12명 등 모두 1백28명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있다.
자민당 안에는 이들 외에 파벌이 없는 48명의 의원이 정국의 동향을 저울질 하고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주류 파의 지지를 받는「나까소네」수상탄생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명 이상이 총재선거에 출마하는 사태가 벌어져 예비선거를 치르게되는 경우는 비주류 파의「고오모또」장관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일본정가에서는 보고있다.
비주류 파에서는 주류 파와의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98만명의 전 당원이 참가하는 예비선거로 몰고 가 표 대결을 벌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총재 후보는「고오모또」,「나까가와」, 그리고「후꾸다」파의 뉴리더「아베」(안배진태낭)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의 비주류세력만으로는 3명의 후보자가 추천을 받는데 문제가 있으므로(후보 1인당 본인 외에 50명 이상 의원의 추천필요, 비주류 파는 모두 1백5명 확보필요)무 파벌의원에 대한 포섭공작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표 대결을 하는 경우 전국적으로는「나까소네」와「고오모또」의 대결로 압축 될 공산이 크다.

<고오모또도 유리>
현재로써 정국의 향방은 14일로 예정된 당 최고고문회의의 결과에 달려있다. 최고고문회의에는「기시」(안신개),「미끼」(삼목무부) ,「후꾸다」등 전 수상과「야스이」(안정겸)전 참의원 의장, 그리고 「나다오」(탄미홍길)전 참의원 의장이 참석한다. 고문회의에서 어떤 타협안이 나올 것인지 알 수 없지만「후꾸다」파는 벌써부터「기시」「야스이」「후우꾸다」등 3명의 고문이 자파 출신인 만큼『좋은 결과가 나올 것』 이라고 기대를 모으고있다.
다른 일부에서는「다나까」 전 수상과「스즈끼」수상간에 밀약이 있던가 앞으로의 파벌간 협상여하에 따라선「다나까·로꾸스께」(전중륙조) 자민당 정조 회장,「미야자와」(궁택희일·「스즈끼」파)관방장관,「다께시따·느보루」(죽하등·「다나까」파) 등 뉴리더 그룹에서 새 수상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피력하고있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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