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이어 무디스도 … 일본 신용등급 한국보다 낮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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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내렸다.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며 일본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정난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이번 조치로 무디스 기준 일본 국가신용등급은 한국(Aa3)보다 낮아졌다.

 무디스는 1일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 최근 아베 정권의 소비세 인상 연기 등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등급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경기 부진과 여론의 반발에 밀려 내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 2차 증세(세율 8%→10%) 시기를 2017년 4월로 1년6개월 미룬 것에 영향을 받았다. 국가 재정 건전성 확충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31.9%에 달한다. 여기에 일본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무디스는 “향후 대대적인 재정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펀더멘털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판단했다. 이번 조치로 무디스 기준 일본 국가신용등급은 기존 한국·대만·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은 수준에서 이스라엘·오만·체코 등과 같은 등급으로 내려갔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기준으로는 이미 한국 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은 상태다. 피치는 2012년 5월 일본 신용등급을 A+로 내리고, 같은 해 9월 한국은 AA-로 올렸다. 피치는 최근 일본의 소비세 증세 연기 결정과 관련해 올해 안에 일본 신용등급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는 일본 신용등급이 AA-로 한국보다 한 단계 높다.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119엔대를 넘어서며 7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했다.

 하지만 일본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명섭(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는 “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이 늘면서 주식·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띠는 등 일본 경제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적지 않다”며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엔화 약세가 빨라지면서 한국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통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 입장에선 좋은 뉴스가 아니다” 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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