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미 금리 인상보다 엔저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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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웨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전체적인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버블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슈로더투신운용]

“한국은 금리를 0.25~0.5% 정도 더 내릴 필요가 있다.”

 1일 한국을 찾은 슈로더그룹의 키스 웨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저(低) 등으로 수출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려면 한국도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역대 최저치(연 2.0%)인 지금보다 더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슈로더는 약 47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영국계 자산운용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금리를 내려야 하는 이유는.

 “대외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은 일부 혜택을 보겠지만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상쇄될 것이다. 반면 엔화약세로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수출이 어려울 땐 내수를 살려 만회해야 하는데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금리를 기록적인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겨우 경기부양 효과가 나온다.”

 - 중국 증시가 올해 30% 넘게 상승했다. 경기둔화 우려는 이미 지나간 것 아닌가.

 “중국 증시는 밸류에이션만 보면 싸다. 또 후강퉁 제도 시행 등으로 수급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덩치가 큰 국영기업과 은행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제성장률은 낮아지는데 실업률은 올라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린다면 경제가 나아질 여지가 있지만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

 - 엔저가 신흥국에 미칠 영향은.

 “2012~2013년 ‘1차 엔저’ 때는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느라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았다. 달러당 엔화가치도 80엔에서 100엔 수준으로 ‘정상화’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120엔까지 떨어지는 2차 엔저가 올 경우 일본 기업은 제품가격을 내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여력이 생긴다. 그럴 경우 한국·중국·말레이시아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 미국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데 금리를 내려도 되나.

 “한국은 미국 금리 인상보다 엔저가 더 중요한 이슈다. 미국 기준금리(현재는 0~0.25%)가 내년 말에는 1.5%까지 상승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금리가 그보다 올라가긴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는 예전보다 느린 편이다. 미국 경제가 예전만큼 강하지않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 미국 국채가 유망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을 걱정해 전부 다 내다 팔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 슈로더는 내년에 어떤 자산이 유망하다고 보나.

 “미국과 일본 주식이다. 미국은 여전히 전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 일본은 엔화약세로 기업실적이 개선되면 실질임금이 늘어난다. 그럼 소비가 늘어 경기가 살아나고 증시도 오를 수 있다. 채권은 아직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있는 유럽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내년에 조심해야 할 리스크는 뭔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유럽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은 여전히 고려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올해는 7.5%)로 낮출 것이다. 일본을 긍정적으로 보는 우리의 예측과 달리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엔저는 일본 기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국가의 성장을 앗아가고 있다. 만약 일본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엔화값이 더 떨어져 글로벌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

 -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이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은.

 “유가는 더 내려갈 수 있지만 다른 원자재 가격은 안정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국은 유가 하락이 오히려 긍정적이다. 경제상황이 아주 나빠지지 않는 한 저(低)유가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오지는 않을 거라 본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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