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는 만년설처럼 언제나 당신 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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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브랜드 몽블랑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휴 잭맨(46). 호주 출신의 잭맨은 영화 ‘엑스맨’ ‘울버린’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배우다. [사진 몽블랑

“몽블랑은 인생의 아름다운 동반자(fine lifetime companion)이길 원합니다.”

브랜드 몽블랑(Montblanc)의 최고경영자(CEO)인 제롬 랑베르(Jerome Lambert)의 말이다. 몽블랑은 1906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고급 만년필 등 필기구 분야에서 시작해 현재는 고급 시계, 가죽 제품과 보석 분야를 아우른다. 브랜드에서 나오는 상품 대부분이 평소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다. 그러니 인생의 동반자를 지향한다는 랑베르 CEO의 말은 몽블랑이 어떤 이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몽블랑 가죽 제품 생산시설 ‘펠레테리아(Pelleteria)’. 이곳은 랑베르가 강조한 ‘몽블랑=인생의 아름다운 동반자’ 컨셉트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생산 시설 한 켠의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백발이 성성한 수선 장인은 안경 너머로 가죽 벨트를 손보고 있었다. 가죽의 앞판과 뒤판이 거의 분리될 정도로 낡아 그냥 버려도 될 물건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선 장인은 “새로 사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고객은 수선을 원합니다. 수십 년을 써서 닳고 해진 지갑이나 벨트 같은 것들이죠. ‘이 지갑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선물해준 것’ ‘사랑하는 아내가 처음 사준 벨트’ 등 물건마다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엔 거의 새 제품 하나를 만들 정도로 공을 들여 제품을 복원합니다.”

‘장인 정신이 깃든 제품을 대(代)를 물려 쓴다’는 주장은 많은 명품 브랜드가 채택하는 선언이다. 여느 물건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오래도록 귀하게 쓴다는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몽블랑 CEO 랑베르의 말도 이런 의미를 담은 수사(修辭)가 아닐까. 랑베르는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필기구를 예로 들며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제가 지금 쓰는 몽블랑 펜은 16살 때 아버지께 받은 것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필기구는 이처럼 누군가의 추억과 함께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입니다.”

랑베르 CEO의 설명처럼 몽블랑은 한 사람 혹은 가족의 역사와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의 여러 순간과도 같이 호흡했다. 미국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전 총리,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 등 몽블랑 펜을 손에서 놓지 않은 현대사의 유명인 목록은 끝이 없다. 인생의 동반자이면서 현대사의 증인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인생의 동반자’이고자 하는 노력은 비싼 값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이기보다 몽블랑이란 브랜드가 내는 제품의 본질에 가까워 보인다.

해발 4810m의 몽블랑(Mont Blanc) 산(山)은 알프스산맥의 한 자락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걸쳐 있다. 불어로 몽블랑, 이탈리아 말로 몬테 비안코(Monte Bianco)다. 브랜드 몽블랑을 상징하는 흰 별은 여기서 왔다. 산 꼭대기의 만년설처럼 브랜드가 영원하길 기원한 상징이다. 바람대로 브랜드 몽블랑은 지난 2006년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몽블랑을 ‘인생의 동반자’로 늘 가까이 두는 이들과 함께 말이다.

피렌체·서울=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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