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어머니가 담가주신 장, 잘 먹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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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름 휴가에 시골 부모님을 찾은 분들은 귀경길 짐이 무거워졌을지 모른다. 집에 가서 두고두고 먹으라며 바리바리 싸주신 된장·고추장,그리고 자식을 위한 푸짐한 정(情). 도시에서 장류는 대부분 냉장고에 넣어두게 마련이다. 하지만 냉장보관은 자연보관보다 맛이 떨어진다. 부모님이 정성껏 만든 장류를 제대로 보관하며 먹는 비법을 모아보았다.

# 고추장=갓 담근 고추장이라면 두 달은 밖에서 익혀야 한다. 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감칠맛 대신 거친 맛이 난다. 용기는 유리나 사기.항아리가 좋다. 플라스틱 용기에 넣을 경우 용기에 닿는 표면이 허옇게 변색하기 쉽다.

고추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통풍과 햇볕 조절이 제일 중요하다. 우선 항아리에 담아 입구를 망사로 싼다. 항아리 뚜껑은 3~4일에 한 번 정도는 열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마당에 놓아둘 경우 비를 맞히거나 저녁에 뚜껑 덮는 일을 잊을 수 있다. 이럴 땐 유리뚜껑을 이용해 보자. 공기는 통하고 이물질을 막아주는 제품을 9000원에서 3만원이면 살 수 있다.

표면이 조금 굳으면 필요에 따라 소금을 얹는다. 그러면 장맛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흔히 고추장의 표면이 마르기 전에 소금을 소복하게 얹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소금이 녹아 고추장에 배어들어 좋지 않다.

너무 오랫동안 햇볕에 말려 장이 너무 마르거나 굳으면 물엿을 넣고 섞어주면 된다.

# 된장=된장 보관에는 특히 항아리가 중요하다. 결혼 후 14년간 된장.고추장을 담그고 있다는 서울 중곡동 배영미(43)주부는 "유약처리된 매끈한 항아리보다 재래식 항아리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약 처리해 반질반질한 항아리에 넣어 둔 된장은 햇볕에 말려도 물이나 벌레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옆집 할머니가 주신 재래식 거친 항아리에 보관하니 속은 촉촉하고 노란 색의 맛있는 상태가 유지돼요. 물론 벌레도 안 생기고요."

간혹 된장에 벌레가 생길 경우는 콩잎을 구해 위에 덮어준다. 벌레가 위로 나와 잎에 모여들면 버리면 된다. 된장은 덜어 먹을 때마다 수저로 꾹꾹 눌러주어야 장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 청국장=청국장은 보존 기간이 짧다. 냉장 보관시에는 7~10일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10일 이상 두면 윗부분에 흰색 점이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당장 먹을 만큼만 냉장실에 두고 냉동 보관하는 게 좋다. 한 회 분씩 주먹밥처럼 뭉쳐 랩에 싸서 얼렸다 먹기 1~2일 전에 냉장실에 넣어두면 된다. 형태를 납작하게 만들면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 보관하기 쉽다.

냉동실에 두면 3~4개월 정도는 문제없다. 청국장은 한 번 정도 얼렸다가 녹이는 것은 괜찮지만 여러 차례 반복하면 미생물과 효소가 줄어든다.

# 간장=조선 간장은 묵힐수록 색이 짙어지고 맛이 좋아진다. 항아리에 담고 햇볕에 바짝 말린 고추 3~4개와 숯을 띄워 놓으면 좋다. 살균과 흡착효과가 있어 가장자리에 하얀 장 꽃(불순물) 등이 끼지 않는다.

위정숙 (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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