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친중 정책 역풍 … 타이베이 시장도 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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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 지방 선거에서 친중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이 참패했다. 이에 따라 정치와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29일 실시된 대만 22개 시장과 현(縣)장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은 13석, 여당인 국민당은 6석, 무소속과 기타 정당이 3석을 각각 차지했다.

 최대 관심을 모았던 타이베이(臺北)와 타이중(臺中) 등 6개 직할시장 선거에서도 야권이 5곳에서 승리해 여당을 압도했다. 2016년 총통 선거 후보로 유력한 타이베이 시장에는 야권 단일 후보격인 무소속의 커원저(柯文哲·55)가 58.2%의 득표율로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인 롄성원(連勝文·44) 을 누르고 당선됐다. 대만 신주(新竹)현(현재 신주시) 출신인 그는 대만 최고의 외과의 중 1명으로 대만대 의대 교수다. 외상과 중증의학·응급처치 등 분야의 전문가이며 미국 미네소타대학 유학 시절에는 인공장기 분야를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대만 독립을 추진했던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을 치료하기도 했다. 뇌물 수수 등 혐의로 복역 중인 천을 가석방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민진당에 가깝다. 그는 평소 “대만 독립을 추구하진 않지만 양안은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지나친 친중 정책을 경계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마 총통이 3일 열릴 국민당 중앙 상임위 회의에서 이번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을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달 30일 전했다.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총리격)은 지난달 29일 밤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만 정치 분석가들은 국민당의 패배를 마 총통의 지나친 친중 정책 결과라고 분석했다. 2012년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마 총통은 중국과 전면적인 통상(通商)·통항(通航)·통신(通信) 등 이른바 ‘대삼통(大三通)’ 정책을 펴 양안 경제 통합과 인문교류를 강화했다. 앞서 2010년에는 양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도 체결했다. 이 때문에 현재 대만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월 난징(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분단 후 65년 만에 양안 장관급 회담이 열리자 마 총통이 정치 분야의 양안 통일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 대응도 대만 유권자들의 반중 정서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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