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다시 내전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스리랑카가 다시 내전 위기에 휩싸였다. 락슈만 카디르가마르(73) 외무장관의 피살이 몰고온 여파다.

그는 12일 저녁 콜롬보 자택에서 수영을 마치고 수영장을 빠져나오다가 괴한의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범인은 도주했다.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13일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반군 조직인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들'(LTTE)을 배후로 지목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LTTE 조직원으로 보이는 괴한들이 최근 외무장관 집 주변을 촬영하다 체포됐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LTTE가 최근 "타밀족 출신인 카디르가마르 장관이 종족을 배반하고 우리를 테러단체로 규정했다"며 그를 비난한 점이다. 카디르가마르 장관은 LTTE의 최우선 암살표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LTTE 지도자인 S P 타밀셀반은 13일 거점인 북부 킬리노치에서 "우리가 그럴 이유는 없다. 정부는 내부에서 범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타밀족은 주민 상당수가 이슬람교도다. 이들은 1983년 LTTE를 조직해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다. 내전으로 지금까지 양측에서 6만4000여 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2002년 노르웨이의 중재로 평화 협정에 서명, 현재 휴전 중이다. 스리랑카 주민 대부분은 불교를 믿는 싱할레스족이다.

숨진 카디르가마르는 반테러주의자다. 1994년부터 7년간 외무장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4월 다시 외무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LTTE의 테러 행위를 집중 거론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