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지만 이스라엘과 서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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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폭발사건으로 사망한 동생「베시르」의 뒤를 이어 레바논 차기대통령에 당선된 「아민·제마일」(39)은 과격파였던 동생과는 달리 레바논의 기독교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온건한 비둘기파로 알려진 인물.
12년간 레바논의회의원으로 있는 동안 그는 화해주의자라는 평판을 얻었으며, 줄곧 팔레스타인 좌익세력과 접촉을 해왔다. 「제마일」은 이스라엘군이 서 베이루트를 점령했을 때 서슴없이 회교도 지역으로 건너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긴장완화회담을 벌이기도 했다. 「제마일」형제는 개성과 정치적 안목이 판이했다. 「베시르」는 기독교민병대 사령관으로서 레바논내전을 전후하여 그의 거칠고 권력 지향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정적을 많이 가졌었다. 그러나 「아민」은 조용한 정치적 수완으로 권력의 길을 닦아왔다.
27세때인 70년 국회의원이 됐다. 변호사·실업가이기도한 그는 아버지「피에레」가 지난36년 설립한 팔랑헤당의 정치국원으로도 활약했다.
내성적이며 학구적으로 역사와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자제력이 뛰어나며, 레바논 부호중의 한사람인 그는 프랑스어로 발간되는 우익일간지 르레베이유의 공동 선립자이기도 하다.
카리스마적인 동생「베시르」의 그늘에 가려오기는 했으나 「아민」또한 기독교도사이에 굳건한 지지기반을 갖고있어 곳곳에서 그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그는 또한 동생·부친처럼 80년 두 차례의 암살기도를 모면했다.
한번은 승용차에서 폭발물이 터져 그때 입은 상처가 지금도 뺨한구석에 남아있다.
「아민」의 정치철학은 종교적 신조와 정치이념이 다른 갖가지 정치세력들의 활성적인 공존이다.
그는 동생「베시르」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용납할 수 없는 적」으로 대해국외로 추방해야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50만 난민을 동정의 눈길로 보아왔다.
서방외교관측통들은 그러나 그가 이스라엘과는 친숙지 못한 반면 시리아와는 갖은 접촉을 해왔던 것으로 분석, 두 나라사이에서 협상을 통해 레바논의 숙원인 강력한 정부수립을 이루기에는 난관이 겹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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