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부동산을 '홍보'로 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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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43억7350만원의 부동산 대책 홍보 예산 지출 계획에 대한 국정홍보처의 설명이다.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부동산 대책의 취지 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정부 예산을 들여 광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요한 정책에 대해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홍보하는 것은 예전에도 종종 있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을 결정하면서 정부의 취지를 설명하는 광고를 냈었다.

▶ 정철근 정책사회부 기자

홍보처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을 이해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일부에서 '좌파정책'이라며 본질을 호도할 경우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이 같은 대책까지 홍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예산 지출 내용을 보면 재정경제부가 여론조사와 온라인 홍보 등에 6억5570만원, 국정홍보처는 방송 광고 등에 37억1780만원을 쓴다고 한다. 특히 광고 예산으로 ▶TV 26억원▶신문 5억9000만원▶라디오 2억2000만원▶케이블TV 2억1000만원 등이 배정됐다. 그런데 수십 초짜리 방송 광고로 부동산 정책처럼 복잡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정책 설명보다는 국민을 흥분시키는 선동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온라인 홍보도 마찬가지다.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띄워봐야 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들어가 보는 네티즌이 얼마나 될까. 인터넷을 통해 정책 취지를 알리려면 차라리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부동산 인터넷 사이트 등에 수시로 접속해 국민과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처럼 여론의 향배가 엇갈리는 사안도 아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정책을 광고해야 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게 정부 스스로 정책의 경쟁력에 자신이 없거나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 걱정된다.

정철근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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