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연말까지 95조엔|국민1인당 빚1백만엔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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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신성순 특파원】『일본의 재정은 현재 90조엔을 넘는 누적국채를 안기에 이르렀다. 그 이자지불 등에 필요한 경비는 82년 예산에 계상된 것이 7조8천억엔에 달함으로써 공공사업예산 6조7천억엔을 상회하고 사회보장비 9조엔에 육박하고 있다. 새로 발행되는 국채10조엔에 8할을 이미 진빚의 이자지불로 써야할 형편이다.』
「스즈끼」일본수상은 16일 NHK특별방송을 통해 재정비상을 선언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호소했다.
그의 설명대로 82년말 일본의 누적재정적자는 95조엔에 달하게 되며 내년에는 1백조엔을 훨씬 넘는다.
올해 일본정부예산 49조6천8백억엔의 2배, 일본 GNP의 3분의l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국민1인당 1백만엔씩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은 1차 오일쇼크 때의 교훈을 잘살려 준비를 착실히 한 결과 제2차 오일쇼크를 가장 모범적으로 넘겨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일본의 GNP는 1조달러를 넘어 영국·프랑스·서독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이며 1인당 국민소득도 8천8백90달러(80년)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튼튼한 경제대국이 오늘과 같은 재정빈사상태에 직면하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정부의 돈 쓰임새가 옛날 좋은 시절과 같았다는 점이다.
65년부터 73년까지 연평균, 15·9%를 기록했던 세수증가율이 73년 이후 83년까지는 11·8%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중 세출증가율은 14·8%에서 14·4%로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둘째는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의존도가 높다는 것. 일본에서 법인세가 전체조세 수입중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미국(20%)영국·서독(7∼8%)의 수준에 비해 크게 높다. 따라서 불황이 되면 세수가 크게 준다.
셋째는 제1차 오일쇼크 수습과정에서 세수를 웃도는 재정수요를 적자국채로 메우는 관행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 일본은 2차대전 후 적자국채발행을 제도적으로 금지해왔다.
그러나 1차 오일쇼크 후 워낙 급하게 되자 특례법을 제정, 적자국채발행제도를 부활시키고 그 이후 계속 적자국채로 세수결함을 메우는 쉬운 재정운영을 해왔다.
물론 일본정부가 이같은 재정운용방식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스즈끼」수상은 취임직후인 81년1월 세출삭감을 위해 행정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재정재건계획을 수립, 긴축예산으로 매년 적자국채 발행이익을 줄여 84년까지는 적자국채 없는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무역마찰과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휘말려 81년부터 가라앉기 시작함으로써 「스즈끼」정권이 정치생명을 걸고 성취하겠다던 재정재건계획도 뒤틀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본정부가 당초 5·1%의 성장을 예상했던 81년 경제성장률은 2·4%수준에 머물렀으며 82년에도 5·2%선 예상이 3% 안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81년에는 당초기대보다 2조5천억엔의 세수결함이 생겼고 올해에는 5조∼6조엔의 세수결함이 불가피하다.
적자국채감소를 약속했던「스즈끼」정부가 오히려 적자국채를 증발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오는 11월로 총재선거를 앞둔「스즈끼」수상으로선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벌써 당내 비주류에선 이것을 정치문제화 할 움직임이다.
교과서문제를 겨우 넘긴「스즈끼」수상으로선 이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어 상처를 임기보다는 직접 국민을 상대로 일방통행인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대책을 밝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스즈끼」수상이 밝힌 새로운 조치는 ▲부담이 늘고있는 교육보험 등 사회복지비의 축소조정 ▲수익자부담 강화 ▲공무원봉급의 인상동결 ▲국채정리기금에 대한 일반회계의 보전일시중지 ▲적자국채추가발행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복지예산삭감·공무원봉급 인상동결 등 그가 제시한 조치는 모두 현정권의 인기를 깎아내릴 것들뿐이다.
자민당 비주류파와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스즈끼」수상이 재정파탄의 책임을 경기침체에 전가하고 대책도 문제해결의 핵심을 찌르지 못했다고 비판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재정문제는 일본의 정치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뿐만아니라 대장성은 이번 제정 비상선언을 계기로 이제까지 성역시해온 방위예산·대외 경제협력 등도 대폭 억제할 방침을 밝히고있어 파문은 일본의 경제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동남아각국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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