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찾은 외국 청년들 "봉사하며 한국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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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워크캠프의 참가자들이 6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물류센터인 그물코센터의 철제 셔터에 로고를 그려 넣고 있다.김상선 기자

수은주가 35도를 넘었던 6일. 경기도 안양의 한 창고 철제 셔터 앞에서 젊은이들이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다. 서로 장난치며 낄낄대기도 했지만 붓을 든 손은 진지했다.

푸른 눈, 흑갈색 피부 등 외모로 봐 세계 각지에서 왔음이 분명하지만 한 가족인 양 잘 어울렸다. 이들은 '아름다운 가게'의 물류센터 격인 경기 그물코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이다. 핀란드.스페인.독일.프랑스.일본.미국 등 여섯 나라에서 온 일곱 명(일본인이 두 명)의 젊은이들은 한국 청년 다섯 명과 어울려 이곳에서 일해 왔다.

이들은 국제워크캠프기구(IWO)가 주관하는 국제교류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국제워크캠프 참가를 위해 이곳에 왔다.

국제워크캠프란 말 그대로 세계 각국 사람들이 특정한 곳에 몇 주나 길게는 몇 달 동안 함께 머물며 자원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캠프는 매년 여름 세계 각지에서 농업.건설.복지 등 여러 봉사분야를 망라해 열린다. 아름다운가게에서 만난 이들은 환경 분야를 선택,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가게가 재활용과 나눔을 실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부터 9일까지 15일 동안 가구.가전제품.책 등 기증된 물건을 분류.정리하고 운반하는 작업을 해왔다. 또 거리에서 가게를 알리는 전단지를 돌리고 인터넷 쇼핑몰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온 클로이(22)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가장 힘들다"면서도 "일은 여럿이 함께해서인지 그리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한국 생활 자체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여럿이 함께 자야 했으며 채식주의자인 미국인 라빈(30)은 따로 음식을 준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2001년 홀로 탈북해 한국에서 살다가 시민단체의 주선으로 행사에 참가한 박은철(23.대학생)씨는 "영어로 의사 소통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라고 털어놨다. 외국인들은 항공료와 참가비 전액을 스스로 부담했다. 아름다운가게로부터는 숙소와 식사만 제공받았다.

일본인 가쓰히코(22)는 "일 년 동안 라면가게 아르바이트와 가사 도우미를 해서 모은 돈을 워크캠프 참가에 쏟아부었다"며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게 돼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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