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볼 면목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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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제 그만 해요."

지난 한 달간 극심한 교단 갈등의 불씨를 지폈던 충남 보성초등학교의 학부모 대표 金모(43)씨는 "아이들이 충격을 이기고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싸움은) 그만 하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일로 예정된 전국교장단의 교장 추모.전교조 비판을 위한 장외 집회에 대해 "돌아가신 서승목(徐承穆)교장선생님이 이렇게 혼란스러워지리라 생각하셨겠느냐"며 당혹스러워했다.

교감.교사간 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M초등학교, 경기도 K여고에서는 교장.교사들의 자숙 분위기가 역력하다. M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면목이 안선다"고 말했다.

徐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한 달. 갈등의 진원지는 점차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전교직원노동조합, 교장단.교육 당국이 서로를 향해 퍼붓는 독설과 비난의 수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교장단 모임인 '한국 국공사립 초.중.고등학교 교장회장 협의회'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감을 폭행한) 패륜 교사를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하며 전교조의 과격성을 비난했다.

또 "지난날에는 교단의 갈등이 수그러들기를 바라고 침묵했으나 이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며 오는 11일 장외 집회 강행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처럼 교육 구성원간 갈등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갈수록 증폭되면서 자제의 목소리도 교육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돈희(李敦熙)전 교육부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은 "누구보다도 학교의 어른들인 교장들이 먼저 자제해야 한다"며 "교단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교장도 교사도 아니고 바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도 갈등 확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데도 왜 거리로 나오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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