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남·북·미·중 공식 논의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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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4차 6자회담은 휴회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참가국들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위한 별도의 관련국 포럼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복수의 회담 관계자가 7일 밝혔다. 특히 정부 관계자는 "이는 지금까지의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중 등 최대 4개국이 공식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음을 뜻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베이징 회담에서 마련된 잠정 합의문(중국의 4차 초안)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위해 별도의 관련국 포럼을 만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비록 정전협정이나 평화협정 같은 구체적 용어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관계국 모두 이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논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담 참여국은 조만간 포럼을 통해 관련국이 이 문제를 놓고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분명히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는 우리의 안보환경의 변화,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직결된 부분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전협정은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1953년 유엔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사이에 체결됐다. 이에 따라 남북 간의 적대행위는 정지됐으나 법적으로는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키로 한 것은 대한반도 및 대북한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논의의 순서와 관련해 한 핵심 당국자는 "평화체제 전환에 대한 해당 국가들의 논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논의한다는 게 6자회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타개되면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평화체제 회담이나 남북한과 미.중이 공동 참여하는 4자 평화체제 회담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관련국들이 평화체제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나선 것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만 아니라 북한의 요구를 장기적 관점에서 수용하면서 동시에 동북아의 평화.안보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면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환경은 정전협정이 수립된 53년 이후 52년 만에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중국의 4차 초안에 대해 "북한의 미래와 안보에 텍스트가 될 매우 좋은 패키지"라며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과 목적, 미래 협상의 근거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었다.

최상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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