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산후우울증, 아이 성격·지적 발달에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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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산모의 출산 후 우울증이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양대대학원 교육학과 오의숙 박사과정 대학원생(소아과전문의)는 최근 대한소아과학지 최신호에서 "산후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는 양육에 대한 중압감.분노.상실감.죄의식.비합리적 사고 등이 가득해 아이 돌보는 데 부주의하고 무관심하다"고 밝혔다. 무표정하고 기계처럼, 혹은 거칠게 아이를 다루며, 아파도 약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안전띠 매는 일도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모의 태도는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오 교수는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항상 짜증나고 화난 표정을 지으며 울고 보챈다"고 설명했다. 잠투정도 많고 달래기 힘들며, 사고와 질병도 증가한다. 눈 맞춤.옹알이 등 귀여운 짓도 잘 안 하고 항상 풀 죽은 모습이다.

오 교수는 인지능력과 학습능력도 떨어진다 강조했다. 수학능력은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은 기간이 길 경우, 사회 경제적 수준이 낮을 경우 떨어졌고, 언어능력(국어.외국어)은 어머니의 우울증 정도가 심할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고, 어쩌다 말을 해도 아이의 감정과 무관한 말투로 매사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학습에 대한 관심도도 차이가 났다. 정상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림을 보여주면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어머니가 산후우울증일 땐 관심이 없거나 무심히 본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아이들이 8~10세가 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청소년기엔 행동장애로 이행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없거나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여성 10~20%가 겪는 흔한 병이다. 출산 4주 전후로 발병해 5개월 이상 지속하는데 출산으로 인한 급속한 호르몬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하규섭 교수는 "아이의 지적.정서적 발달을 위해서라도 산후 우울증은 발견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항우울제 등 약물 치료를 6개월 정도 받으면 우울증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병적인 산후우울증과는 달리 정서적으로 울적한 상태인 산후우울감은 1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우울감은 출산 2~3일 뒤 일시적인 허탈감, 양육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50% 이상의 산모에게서 나타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바로잡습니다

8월 8일자 산후 우울증 관련 기사에 인용된 '오의숙 교수'는 교수가 아니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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