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핵폭풍'] 한나라 "문희상 의장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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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불법 도.감청을 했던 사실을 고백하자 정치권은 경악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법 도청 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준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역대 정권의 불법 도청에 대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 정치사찰의 가장 큰 피해자로 국정원의 도청 근절을 거듭 강조해 왔는데, 국정원이 독재의 잔재를 탈피하지 못하고 불법행위를 답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철저한 진실 규명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브리핑에서"DJ정부 시절 국정원의 실질적인 최고위 간부가 현 여권의 지도부"라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제까지 숨겼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불법 도청 근절 조사단장인 권영세 의원은 "현 정부도 도청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DJ 정부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은 분명한 답을 하고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이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시기는 1998년 5월부터 99년 6월까지로 정권교체 뒤 안기부내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있었던 시기다. 안기부 인사와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는 기조실장이 도청팀의 조직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휴가 중인 문 의장은 보도자료에서 "불법 감청에 사용할 장비구입에 대해 보고받거나 결재한 적이 전혀 없다"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의 틀을 다시 짜는 한이 있어도 진상과 책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민주당은 "국정원 발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원의 발표를 면밀히 분석 중이며, 274개 테이프 공개 여부 및 수사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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