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너피' 효과, 증시엔 왜 없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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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황우석 교수팀의 개 복제 성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의 줄기세포관련 종목들은 4일 대부분 급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산성피앤씨.조아제약.마크로젠 등 이른바 '코스닥 줄기세포 3인방'은 5~13%까지 미끄러졌다. 얼마 전 상장한 메디포스트만 5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황교수의 연구 성과가 나올때마다 줄기세포 종목은 물론 코스닥시장 전체가 수혜를 입는, 이른바 '황우석 효과'이 약발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오를 만큼 올랐나=최근 1년새 줄기세포종목의 상승률은 급등세가 두드러진 몇몇 코스닥 업종 중에서도 눈에 확 띌 정도로 가파르다.

동양종금증권이 산성피앤씨 등 줄기세포 관련 11개 종목으로 꾸린 이른바 '줄기세포 관련테마지수'로 보면 지난 1년간 지수상승률은 635.2%에 달한다. 2위인 애니메이션 업종이 같은 기간 412.7%, 무선통신업종이 213%인 것에 비해도 크게 오른 것이다.

줄기세포 관련 종목의 이런 상승세는 매출 등 기업 실적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산성피앤씨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익으로 나눈 것)은 지난 3일 기준으로 1076배다. 코스닥 우량 종목 50개로 꾸려진 '코스닥 50'의 평균 PER(13.3배)보다 81배나 높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NHN의 PER도 36.41에 불과하다.

올들어 지난 3일까지 줄기세포 관련주인 조아제약.산성피앤씨.마크로젠.이지바이오.삼천당제약.안국약품 등 6개 종목의 거래 대금만 총 거래액의 12%나 될 정도다. 이에 따라 이들 종목이 시장 흐름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동양종금증권김주형 연구위원은 "이런 상승세는 5년~10년 뒤에 나올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감때문이므로 PER 등 현재의 지표만 갖고 따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후광 효과'는 여전할 것= 이날 관련주들의 급락을 두고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호재라도 반복되면 효과가 줄어드는 게 증시의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황교수의 연구 성과가 발표될 때마다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는, 이른바 '후광 효과'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정명진 연구위원은 "최근 메디포스트의 상장에서 보듯 황우석 효과가 줄기세포 및 바이오 벤처들의 증시 상장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아젠.셀론텍.바이오니아.크리스탈지노믹스.바이오메드 등의 관련 벤처기업들이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것도 후광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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