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 ?하주 순방 결산회견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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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한 소감은.
▲이번에 아프리카에 참 잘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아프리카가 땅도 검은「검은대륙」으로만 알려져 있어 사람도 살기 어려운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와 보니 기후도 견딜만하고 많은 것이 처음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이야기를 해보고 자주 접촉하니까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달 정도 날자를 길게 잡아 더 많은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방문했으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나 짧은 기간이지만 아프리카 4개국 순방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4개국 원수들과 단독회담을 통해 인간적으로 가까워 질 수 있었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한번 만나 대화를 나눈 상대국원수와는 친밀감이 넘치고 눈이 서로 마주칠 때마다 우의가 돈독해 지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아프리카 모든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각 분야에서 발전하려고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프리카는 결코「잠자는 대륙」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보다 기술분야가 발달되어 있어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여건도 어렵지만 잘 분석하면 오히려 진출하기 쉬운 곳이 바로 이 지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도 모두 순수성을 지니고 있어 이런 사람들과 잘 협력하게되면 선진국의 까다로운 사람들과 접촉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방성과의 평가는.
▲이 지역은 비동맹의 중심세력으로 국제정치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같이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의 방문을 계기로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해 줌으로써 한국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의 방문 국은 비록4개국이지만 세네갈만 해도 서부 아프리카 6개국 공동체의 주도국가이기 때문에 이 6개국 전체에 보도가 나가는 등 많은 아프리카국가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번 방문으로 우리도 아프리카를 크게 이해하게되었다.
국가원수끼리 만나서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우의를 돈독히 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이번 방문을 통해 경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의 가능성과 기반을 조성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하겠다.
이들 나라 각계각층의 지도자를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시켰다.
이에 따라 이들 지도자들은 우리의 통일방안, 특히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을 정확히 인식하고 지지하게 되어 각 국과의 공동성명에도 이를 모두 포함시켰다.
경협분야에서는 이 지역의 무한한 자원과 우리의 기술을 연결하는 방법이 많이 토의되었다.
자원개발·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기술이전을 통한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어쨌든 아프리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고 우리와 이 지역 간의 협력의 문도 이제 확실하게 열리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방문의 성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지역과 우리와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기 위해 각 국의 원수들을 초청하여 흔쾌한 수락을 받았다.
―개발 도상국간의 협력에 대한 앞으로의 구상은.
▲이번에 방문한 아프리카 4개국은 다같이 피식민의 경험을 가진 개발도상국으로서 이들이 자국의 국가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있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건국의 기초를 다진 그들이 오늘과 내일의 공통된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한결같이 경제개발과 사회발전이었다.
우리와 같이 개인의 자율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신봉하고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빵 그 자체가 아니고 빵을 만드는 기술이었음을 이번 기회에 확인했다.
그들은 지난20년간 한국의 발전경험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우리와 제휴할 결의를 분명히 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던 우리가 이제 그들의 국가발전을 위한 필수적 동반자가 된 이 시점에서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협력해야할 역사 앞의 책무를 통감하게됐다
우리 개발도상국가들은 과거에 역사의 수동적 객체에 불과했지만 이제 역사의 능동적 주체로서 세계사의 창조에 앞장설 대장정에 나서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집단적 자주정신아래 남남협력, 즉 개발도상국간 협력의 신기원을 이룩할 개발전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한다.
이 지구상에서 절대빈곤이 추방되지 않는 한 진정한 세계평화는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빈곤과 고름이 다른 국가와 지역의 번영과 행복에 무관할 수 없는 상호의존의 시대에 살고있다.
인류공동의 적인 기아와 질병과 문맹의 퇴치를 위해 개발도상국상호간의 잠재적 힘을 결집, 조직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개발도상국간의 상호의존·보완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서 우리의 발전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인력과 기능개발에 중점을 두고자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능력의 범위 내에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제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자 한다.
이번 기회에 남북간 빈부격차가 세계평화와 안정에 얼마나 위협이 되고 있는가를 선진공업국들이 엄숙하게 깨달아 이기주의를 버리고 인류공동의 복지향상을 위해 적극적 자세로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지속적인 한아 협력의 방향은.
▲이번 순방 국들은 과거 모두 피식민의 경험을 갖고 있어 선진국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 국가에 경계심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번 약속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고 이들 나라에 실질적으로 기술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참다운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이 결심만 하고 개척자 정신으로 이곳에 나온다면 진출할 분야가 많다.
아프리카 지역은 자원이 많으나 이를 개발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완비되어야하는데 아직은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우리의 재정문제 등을 감안할 때 어려운 점이 적지 않으나 이러한 사회간접시설에 우리가 투자한다면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아프리카에 전수한다면 상호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술인력 등이 이 지역에 진출할 분야가 많다고 본다.
농업·수산·공업 분야 등 각 분야에 걸쳐 아프리카사람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하거나 우리의 인력이 현지에 나와 기술교육이나 훈련을 시켜 그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에 도움을 주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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