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 용돈|분수에 맞게 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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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통스럽지만 참아>
월급장이 생활로 작년도 내내 적자였고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생각 끝에 용돈이라도 줄여 보기로 하고, 우선 하루 한 갑 피우던 담배를 3일에 한 갑으로 줄였다. 처음에는 여간 고통이 아니었으나 한 두 달 지나니 참을만하게 됐다.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나로서는 꽤 많은 돈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식구들이 한 달에 한번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고, 남은 돈은 돼지저금통에 먹이로 주었다. 담배를 줄이니 식구들도 좋아한다. 헤프게 쓰는 것보다는 절약하는데 용돈관리의 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조정근<서울구로구구로4동766의220>

<아껴쓰고 엄마 선물>
국민학교 1학년짜리 막내가 그 동안 용돈을 보아 맡긴 2천원을 아내에게 달라고 했다. 아내가 물으니『엄만 몰라도 돼. 비밀이야』 라고 말했지만 저희들끼리 아침부터 엄마생일선물을 사자는 이야기를 훔쳐 듣고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과연 아내가 『나 오늘 얘들한데 선물한아름 받았어요』 하고 펼쳐 놓지 않는가. 큰놈은 스타킹과 손수건을, 작은놈은 슬리퍼를 사왔다. 물건을 고를 때 가게주인도『너의 엄마는 좋겠다』며 물건값도 깎아 주더란다. 적은 용돈이라도 제대로 쓰면 큰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더 잘 알고있는 것 같았다.
이윤석<서울강동구간호3동106>

<반달만 쓰면 바닥나>
우리 집 용돈은 정해진 날 한번 딱 주면 그만이다. 어쩌다 머리를 매만져도, 싸구려 옷을 사도, 그것으로 한 달을 지내야 한다. 불만은 태산같아도 꼭 필요한 몫을 빼고도 계산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올려달라는 말도 못한다.
그러나 어떻게 쓰는지 항상 용돈은 반달도 채 못돼 바닥이 나버리고 만다. 속은 쓰리지만 이때는 저금통장이라도 갖고 있는 막내에게 재롱을 떨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에는 아르바이트라도 해볼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잘 안됐다. 언니들한테 말을 하면 같은 돈으로 우리는 남는데 너는 군것질을 많이 하기 때문이란다.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나의 무계획적 씀씀이가 법인인 듯 싶다.
이경화<대구시서구평리1동1059의5>

<첫· 월급에 가슴 뿌듯>
용돈을 부모님으로부터 타 쓰는데 이번 여름은 생각한바 있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가정집을 방문해 샴푸나 차 종류를 파는 것이었다. 외판원이라 걱정은 됐지만 샴푸하나에 비누3개를 끼워 주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장사는 됐다. 어떤 날은 3만원 넘게 판 적도 있다. 요즘은 비도 잦고 불쾌지수가 높아서인지 잘 팔리지 않았다.
며칠 뒤면 월급을 받게 되는데 친구와 함께 한 것이어서 얼마 안되겠지만 그래도 가슴은 부풀어오르는 것 같다.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지만, 기회만 있으면 한번쯤 제 용돈을 스스로 벌어보는 것도 젊은 사람들에겐 필요한 것 같다.
이수영이<대전시중구갈마동287의80>

<자식들에 폐 안되게>
돈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우리 노인들은 용돈에 군색할 때가 많다. 활동력이 있고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면 야 별문제지만 그렇지 않고 자식들에게 얹혀 살 때는 곤란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자식들이 한 달에 얼마씩 용돈을 주지만 친구들과 어울린다든지, 기타 불의의 일로 과다 지출할 때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부족할 때 자식들에게 『너희들이 준 용돈이 부족하니 좀 더 달라』고 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무엇이든 아래 사람에게 달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뭏든 우리 노인들은 용돈을 아껴 쓰고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상책이 아닌가싶다.
최경식 <금천시간화동372>

<황새 흉내내면 곤란>
용돈이란 항상 부족한 듯 해야 규모 있고 알뜰하게 쓸 줄 아는 지혜를 깨달을 수가 있다. 사치와 낭비에 이끌려 필요하지 않은 곳에 많은 돈을 쓰다가는 오히려 자신의 분수를 망각, 필요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범죄행위까지 저지르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말하자면 뱁새가 황새걸음을 하다가 가랭이가 찢어진 셈이고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해독을 끼치는 것이다.
꼭 필요할 때 자신의 분수에 맞는 용돈이야말로 액면 이장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임종원<부천시 춘의동184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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