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에 대처-육식 허용방침|불교 조계종 종단제도 개혁안 마련…11월 종회에 상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불교 승려들의 결혼이 공식 허용되고 스님들도 사찰 밖에서는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한국 불교 1천6백년사의 전통을 뒤바꾸는 일대 「불교혁명」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13일 승단제도를 수도승(이판승)과 교화승(사판승)으로 이원화하고 교화승에 한해 대처육식의 금기계율을 자유화한다는 내용의 「종단제도 개혁시안」을 마련,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대처와 육식을 절대 금해온 비구승단으로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이 같은 개혁은 곧 총무원간부, 종회의장단 및 중진의원, 원로들로 구성되는 종단제도 개혁위원의를 구성해 총무원 계획실이 마련한 「시안」을 심의 확정한 후 오는 11월 경기중앙총회 의결을 거쳐 실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승단제도와 계율의 대혁명은 계율에 매달리는 형식불교보다는 시대에 맞는 「계율의 변혁」을 바라는 한국불교 현실의 현대화 소망을 그 배경으로 하고있다.
불교 계율서인 『범망경』으로부터 비롯된 비구 2백50계(남방소승경우 2백27계)와 비구니 3백48계 중 삭발 등은 그대로 두고 특히 음식·복장·취처문제 등을 크게 개혁, 완화하려는 시안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혼>
승단조직을 수도승, 교화승으로 이원화시켜 삼선수행과 대중포교 기능을 각각 전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승 우위원칙」에 입각해 종단요직이나 종회의윈, 본사 및 중요사암의 주지직 등은 수도승만이 할 수 있도록 했다.
교화승의 사찰 관리운영 참여의 폭은 말시나 암자의 경우에만 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승단제도는 부처님 당시 존자급으로 구성된 구단의결기구였던 상좌부의 기능을 수도승이 맡고 포교기능을 중심한 보살적 기능을 교화승에게 맡긴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승려자격 면에선 똑같지만 교화승의 각위는 가톨릭의 「수사」와 비슷하며 현포교사들의 역할용 주로 담당한다는 것이다.
승단제도가 이같이 개혁될 경우 현재 비구·대처로 나뉘어 18개종만이나 난립하곤 있는 한국불교의 분열은 선구량종의 통불교 하나로 통합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육식>
교화승의 사찰경외육식은 허락한다는 것이다.
시안에 명문화하진 않았지만 교화승의 육식허용이 공식화될 경우 수도승에게도 신병치료나 기사 등의 극한상황에선 「육식의 신축성이 부여될 것 같다. 원래 부처님 당시의 사분율을 중심한 불교 율장인 『범망경』은 대자비 불성의 종자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육식을 절대 금했고「부살생」을 대승불교 계율의 제1항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절대 금기 중에도 예의를 인정, 미식이 아닌 몸이 병약한 비구의 육식은 허락됐다.
대승보살계는 고기를 정육과 부정육으로 구분, 부견·부문·부의의 3요건을 갖춘 정육의 육식은 공식 허용한다. 또 일부 경전은 조건 없이 돼지·닭고기를 정육, 코끼리·말·사자·양고기 등을 부정육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밖에 윈시 경전엔 『부처님도 치금공에 「춘다」의 망고동산 공양에서 돼지고기(수카라 밧다나)를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육식 허용의 중요 배경은 공해가 없는 옛날과는 달리 산업사회에서의 도시·공단포교를 맡는 승려의 건강을 순수 채식으로만은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장>
총무원 시안은 승려복장을 법복(예복)·외출복·작업복 등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현재의 승려복식은 가사장삼 뿐이고 색깔도 통일돼 있지 않아 흰색·검은색·붉은색 등 다양할 뿐만 아니라 「먹물」로 염색하는 전통 역시 거의 없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색을 하나로 통일하고 현재의 가사장삼은 예복으로만 착용하며 외출복·작업복 등은 일반의 신사복이나 근로복과 같게 한다는 것이다.
승려복식은 원래 부처님 당시에도 승가리(법복)·불타나승(외출복) 등으로 구분됐고 사분율을 지방의 풍습에 따른 복식의 변형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 약간의 짧은 유약이 포함됨으로 불교승려를 선뜻 구분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