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넘어간 꽃게철… 군 "안심은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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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7월 꽃게철만 되면 서해에서 남북 긴장이 고조됐지만 올해는 조용하다. 올해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것은 단 한 차례. 5월 13일 북한 경비정 두 척이 북측 등산곶 남방의 NLL을 넘었다 곧바로 올라간 게 전부다.

지난해는 아홉 차례 넘었다. 침범 당시 상황도 훨씬 덜 심각하다. 5월 월선 때 남측 해군 고속정이 "우리 관할구역을 넘었다"고 무선통신하자 북한 경비정은 "중국 어선을 단속 중"이라고 응신한 뒤 그냥 올라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4일 NLL 침범 때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군이 우리 측 영해 깊이 전투함선을 침입시켜 도발했다"며 비난했다. 지난해 11월엔 북한 경비정 세 척이 서해 NLL의 두 해역을 동시에 넘어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까지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들어서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여전하다. 하루 평균 200여 척이 NLL을 넘나든다. 불법 조업 단속을 이유로 북한 경비정이 얼마든지 내려올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뭔가 얻으려는 계산을 깔고 자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산 회담.장성급 회담 등 서해상의 긴장 완화를 위해 통일부와 군 당국이 동시에 진행 중인 남북 접촉에서 실리를 챙기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6.17 면담'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은 필요하면 하루에도 두 세 차례 경비정을 내려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올 들어 NLL 침범은 줄었지만, 북한은 아홉 차례에 걸쳐 NLL을 인정치 않겠다는 성명.방송을 했다. 안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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